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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논의를 확장하고 논쟁을 촉발하는”
김수영 사진 최성열 2022-09-08

올해 5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영화제)의 수석 프로그래머로 위촉된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영화 주간지 <필름2.0>의 편집장을 거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훈련된 안목으로 영화계의 새로운 물결을 앞서 살펴온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다큐멘터리 신에 뜨거운 활력을 불어넣을 생각이다. 9월22일부터 8일간 경기도 고양시 및 파주시 일대에서 열릴 DMZ영화제를 앞두고 장병원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 어떤 기대를 가지고 DMZ영화제에 합류하게 됐나.

=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있을 때부터 영화제나 다큐멘터리영화에 관한 여러 가지 쟁점을 접해왔다. 특히 다큐멘터리에 대한 정의나 개념, 미학이 변하고 있는 시기다. 21세기 다큐멘터리영화의 일부는 여전히 기록과 보존, 아카이빙 등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역할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와 경향도 뚜렷하게 보인다. ‘이것이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물을 만큼 논쟁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내놓는 창작자가 늘고 있다.

- 마스터즈 섹션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강화됐다.

= 프레더릭 와이즈먼, 베르너 헤어초크, 리티 판, 세르게이 로즈니차 등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의 신작을 대거 초청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신작 <부부>는 올해 8월 말 개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프리미어로 상영된 영화다. 당연히 다큐멘터리인 줄 알고 연락했는데 ‘내러티브영화’라고 했다. 배우 한명이 등장하지만 프레더릭 와이즈먼이 다큐멘터리스트로서 고수해온 세계관이나 철학, 방법론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러티브영화’라는 명칭도 극영화를 뜻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픽션영화라는 의미로 감독이 이렇게 부르는 거다.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수용할 수 있을까? 초청하는 단계에서부터 와이즈먼의 프로듀서와 많은 질문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 해외 경쟁작 22편을 통해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현안과 역사를 소재로 담은 영화들을 선보인다.

= DMZ영화제는 분단국가의 접경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라 분쟁이나 전쟁, 평화 등의 주제를 예민하게 다루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의제를 다루는 영화들이라고 해도 이제는 형식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 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영화도 있지만 미학적으로 접근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폐기물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는데 촬영이 미적으로 구현되어 윤리적인 문제를 촉발시키는 식이다.

- DMZ-POV 섹션에서는 어떤 기획전을 준비했나.

= 세개의 기획전을 선보인다. 그중 ‘저항의 도시: 다른 도시를 만드는 방식들’을 가장 힘주어 준비했다. 세계 곳곳의 저항과 분쟁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대 도시가 어떻게 재현되는지 볼 수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분쟁부터 이민자, 디아스포라, 여성, 민족 등 다양한 이슈를 만나게 될 거다.

-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포괄하되 영화적 논쟁을 유도하는 작품들을 모은 셈이다. 이 영화들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 다큐멘터리의 기존 인상을 산산이 부숴버릴 수 있는 충격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초적인 자극이 아니라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벗기는 자극이라는 의미다. 우리 역시 관객에게 사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50여명 가까운 게스트를 초청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 한국 장편영화 중 5편이 DMZ인더스트리 제작지원작이다. 그 밖에도 역대 지원작들이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나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성과가 눈에 띈다.

= 과거에는 영화제가 영화를 소개하고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한 창구 역할 정도였는데 DMZ영화제를 보면 영화제 자체가 플랫폼 성격을 띤다. 제작 자본을 운용하고 지원을 많이 한다. 한국 다큐의 취약한 저변 속에서 창작자와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한데 DMZ영화제는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폭넓게 지원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선별해 집중 지원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보다’(VoDA)나 교육프로그램 ‘독 스쿨’(Doc School) 등 다큐멘터리 저변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 관객 개발, 다큐멘터리 교육, 창작자들의 연대.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1년 내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보다(VoDA)는 코로나19 시기에 우연히 만들어진 보조적 수단이 아니다. DMZ영화제라는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하는 툴이다. 더 엄밀한 큐레이션이 필요하고 판권 등 온라인상에서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영화제와 함께 상승작용을 내도록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 다큐멘터리 장르만의 즐거움을 알려준다면.

= 대다수의 관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한다. 극영화는 관습화된 이야기 틀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예측과 기대를 통해 움직인다면 다큐멘터리는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다. 대부분 관객이 잘 모르는 세계나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교양과 교육적인 기능이 있고 영화로서 미적이고 생산적인 자극을 주는 부분도 있다. 이번 영화제가 관객에게 그런 자극의 장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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