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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기인디시네마 신설 프로그램 ‘나는 요즘, 인디한 편!’ 운영위원회 3인 인터뷰
임수연 사진 오계옥 정리 윤현영(자유기고가) 2022-09-30

믿을 만한 큐레이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려면

김영경, 장현상, 모은영(왼쪽부터).

| 김영경 |

경기콘텐츠진흥원 영상산업팀 매니저

| 모은영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 장현상 |

헤이리시네마 대표

‘인디한 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영경 경기인디시네마의 지원 사업은 크게 배급과 상영으로 나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상영관만 지원했다면 올해부턴 헤이리시네마와 협업해 오프라인 극장 상영도 병행한다. ‘인디한 편’은 상영 지원의 한 파트다. 좋은 작품을 중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큐레이터 역할을 해줄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감독 등 여러 전문가를 초대해 운영위원회를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무료 상영으로 진행하게 됐다.

모은영 경기인디시네마가 지원하는 작품들이 일회적으로 상영되고 그치는 게 아니라 경기인디시네마가 선택한 우수한 작품을 극장과 연계해 소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개별 극장에 지원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공공기관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큐레이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고 합류했다.

장현상 3~4년 전에도 경기인디시네마에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거의 신작 위주였다. ‘인디한 편’은 신작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이나 단편영화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극장에서 틀지 못한 영화는 온라인 플랫폼 전용관에서 소개하는 등 다양한 창구를 아우르는 큐레이션을하고 있다.

선정작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가령 대중과의 접점을 고려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중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영경 ‘관객이 보러 올 만한 작품인가’가 1순위 기준이다. 신작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개봉작이 갖는 소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작에 어울리는 다양한 작품들을 고른다.

장현상 매달 주제가 결정되면 구작과 단편을 포함해 구체적인 상영작을 고르는 회의를 한다. 사람들이 흥미를 보일 만한 작품을 선별하되 미개봉작이나 구작 중 다시 주목받게 해주고 싶은 작품이 없는지 회의 마지막에 반드시 검토한다.

모은영 코로나19 시기에 개봉한 좋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이들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자는 얘기를 첫 회의 때 나눴다. 최근 극장에서 자체 기획전이나 특별전을 여는 경우가 많다. 극장의 개성을 만들어주면서 또 다른 배급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경기인디시네마 역시 독립영화 배급의 새로운 루트를 제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평소 헤이리시네마는 어떤 관객이 찾는 편인가.

장현상 주말에는 멀리서 오는 분들도 많지만 평일에는 파주나 일산쪽에 사는 중년 관객이 많다. 방학 때는 학생들도 찾는다. 한국 독립영화만 상영하는 날에는 그 프로그램을 위해 멀리서 오는 관객도 있다. 평소 극장을 찾는 관객 성향을 프로그래밍에 일부 반영할 때도 있다. 가령 너무 잔인하거나 난해한 영화는 어려워하는 중년 관객이 있기 때문에 대중성도 많이 고려한다.

모은영 관객과의 대화를 몇번 진행했을 때 일부러 시간을 내서 헤이리시네마까지 찾아오는 관객이 많다고 느꼈다. 특히 행사를 겸한 <오마주>나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표가 매진됐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는 노력을 계속 이어간다면 새로운 독립영화 관객층이 유입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매달 주제에 맞는 단편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회차도 있다. 최근 단편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중요한 지점이다.

모은영 단편의 매력은 대중성이 있으면서 발견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있을 때도 독립영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했는데, 그때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이런 프로그램은 당장 성과가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한국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노년 관객이라든지 새로운 관객층이 생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국 독립영화를 알리는 사업은 꾸준히 해야만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김영경 올해 이 기획전을 시작할 때 ‘인디한 편’의 프로그래밍은 믿을 만하다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영화 팬이기 때문에 단편영화 섹션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다들 동의해주셔서 진행할 수 있었다.

경기인디시네마가 선택한 작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자리 잡는다면 발견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모은영 상영 환경의 변화로 영화제의 성격도 많이 바뀌고 있다. 경콘진 같은 공공기관이 발견의 역할을 함께 나누어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관의 사업은 안정적인 한편 사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장기적으로 사업을 봐야 한다. 경기인디시네마를 통해 경기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은 단기적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지원작이 전국구로 뻗어나가는 사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김영경 경기인디시네마 사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경기도민이 좋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민 대상으로 했던 사업이 CGV와 함께 진행하면서 전국의 아트하우스관으로 상영관을 확장하게 됐다. 앞으로도 관객층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현상 경기인디시네마 상영작을 개봉 이전에 상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영화를 발견하는 재미를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성영화를 꾸준히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현상 산업적으로 보면 독립영화를 만들며 훌륭한 영화 인력으로 성장한 창작자들이 많다는 가치가 있다. 문화적으로 보면 다양성영화는 대자본이 아닌 창작자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모은영 ‘다양성’이라고 묶어서 얘기하기에는 너무 다른 층위의 영화들이 많지만, 공감성이나 새롭고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참신함은 다양성영화가 늘 갖고 있는 특징이었다. 그렇다고 독립영화인들에게 한국영화라는 토양을 항상 새롭고 건강하게 만들어달라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제도는 창작자들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인디시네마 같은 지원 사업이 안전망이 되어 좋은 다양성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김영경 획일화된 연출과 소재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다. 다양성영화는 좀더 일상에 맞닿은, 신선한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다.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성영화가 대중에게 외면당하지 않도록 기획, 제작 지원부터 개봉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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