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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우리의 오랜 기억을 조용히 꺼내든
이자연 2022-10-05

학교에 낼 수업료를 받은 기철(오인실), 기영(박지윤) 형제. 돈 봉투를 안전하게 책가방 속에 보관하는 기영이와 달리 기철이는 무심하게 주머니에 넣고 잃어버릴 위기까지 겪는다. 하지만 진짜 위험한 건 기철의 욕심이다. 첫눈에 반한 숙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업료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 맛있고 비싼 양과자부터 스릴 만점 극장 구경까지 데이트 비용으로 수업료를 야금야금 탕진해간다. 동생 기영이로부터 부모님이 집에서 벼르고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된 기철은 그대로 몸을 돌려 목적지 없이 내달린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충동적인 생각은 단 하나, 가출만이 살 길이다!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은 수업료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철의 가출기를 담고 있다. <검정고무신> 시리즈 대부분이 기영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과 다르게 극장판에서는 기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구두닦이 형제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기철은 특유의 능글맞음과 천연덕스러움으로 마포구 일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흥겨운 통기타 연주와 트위스트, 코믹한 뮤지컬 오마주 등은 노래 형태로 저장된 우리의 오랜 기억을 조용히 꺼내든다.

크림빵, 바나나, 봉지 라면 등 대표적인 먹방 밈으로 활용되는 인기를 구가하듯 이번 극장판에도 양과자와 자장면, 군만두, 라면과 삼겹살 등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볼 수 있다. 며칠 동안 굶주린 기철이 길거리 만둣가게의 만두를 바라보는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은 퍽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시계 밥주기, 통행금지, 익숙한 만화책 제목이나 다방 풍경 등 그 시대를 대변하는 일상적 장면을 구체적으로 포착하면서 문화적 사료로서의 가치까지 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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