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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파리 연쇄 테러의 상황을 소환하는 ‘파리 메모리즈’

‘트라우마 심장의 다이아몬드’

<파리 메모리즈>

비 오는 저녁의 파리. 비를 피하러 잠깐 들어간 음식점에서 미아(비르지니 에피라)는 무차별 총격에 휘말린다. 3개월 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아는 무의식적으로 지워버린 그날 저녁의 일을 회상하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다른 생존자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어거스틴>(2012), <매릴랜드>(2015), <프록시마>(2019)에 이은 앨리스 위노커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파리 메모리즈>(2021)는 2015년 11월13일, 파리와 인근 외곽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연쇄 테러의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이 사건으로 130명의 사망자와 35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으며 위노커 감독의 오빠는 이날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파리 바타클랑 극장 총격 사건의 인질 중 한명이었고, 감독은 그날 밤 현장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오빠와 간간이 문자로 상황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오빠를 통해 발을 들이게 된 피해자 모임에서 그녀는 그날 잃어버린 물건, 그날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던 사람들 등 사건에 관련된 기억의 편린들을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는 피해자들을 만났고, 혼자서는 기억을 재구성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쳐 서로 돕는 이들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또 그녀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진행한 자료조사 과정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들에게서 ‘트라우마 심장의 다이아몬드’라는 개념을 전해 듣는데, 이는 트라우마적인 사건과 관련해서 의도치 않게 겪은 긍정적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맺어지지 않았을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발로 뛰며 생생한 자료를 모은 감독은 여 주인공 미아의 의식의 흐름을 좇아 거울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재구성해나간다. 일례로,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음식점 테러 장면은 흔히들 상상하는 스펙터클한 총격 신과는 거리가 멀다.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미아의 주관적 시점을 통해서만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귀청이 떨어질듯 연이어 울리는 기관총 소리, 총격범의 발,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지며 그녀의 시선 안으로 들어오는 희생자들의 신체 일부만 보일 뿐이지만 이 장면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감은 실로 강력하다. 미아는 그녀의 ‘트라우마 심장의 다이아몬드’를 찾게 될까?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되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은 <파리 메모리즈>는 올해 오스카에서 프랑스영화를 대표할 작품으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배급도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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