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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

이윤호, 박찬욱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웃고 싶을 때, <헤어질 결심 각본집>의 온라인 서점 링크에 달린 댓글들을 보곤 한다. ‘헤친자’(<헤어질 결심>에 미친 자)들이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해 경쟁적으로 남겨둔 댓글이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각본집 사기를 중단합니까?” “나왔구나, 마침내.” “해준씨, 그 각본집 장바구니에 넣어요.” “통장 잔고가 각본집 사는 일을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등등. 물론 스토리보드북이라고 다르지 않다. 각본집에 이어 스토리보드북까지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영화의 팬들이 구매할 수 있게 특별 판매용 굿즈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서로 출간되어 각본집이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르는 경우는 더욱 이례적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시각화되는 과정을 짚어가면 영상 전에 스토리보드가 있고 그 이전이 각본이다. 영화가 끝난 후 서래의 해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관객이 더듬더듬 영화의 출발이 된 각본집을 찾아 읽고 그 설계도인 스토리보드북을 구매하는 것은 수순처럼 느껴진다.

각본을 실제 영상으로 옮기기 전 글을 시각화하는 기초 작업이 스토리보드다. 영화 촬영을 위해 제작된 밑그림을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이 되짚어보는 재미는 그 시간차에서 발생한다. 카메라가 무엇을 강조하고 또 멀리 물러나려 했는지, 장면이 어떻게 전환되고 인물은 어떤 크기로 촬영되었는지 등등. 스토리보드에는 <헤어질 결심>의 모든 장면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장면과 스토리보드에는 있으나 촬영되지 않은 장면 등을 이 책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예를 들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은 장면 하나, 정안(이정현)이 밤중에 이 주임 집에 다녀오겠다며 나서는 대사가 스토리보드에는 있다. 영화 속 중국어 발음과 알파벳 표기를 함께 수록해 서래의 중국어 대사를 소리내어 볼 수도 있다. 또한 오리지널 콘티 전체를 수록해 최종 편집에서 삭제된 장면은 사진으로 책에 실었다. 그림과 실제 영화를 오가며 스토리북을 만화처럼 한장 한장 넘긴다. 막대사탕을 천천히 녹여 먹듯 <헤어질 결심>을 다시금 촘촘하고 풍요롭게 즐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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