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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2023년, 한국영화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이주현 2022-12-23

헌 달력을 새 달력으로 교체할 때, 혹은 새 다이어리에 첫 일정을 기입할 때 해가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아직은 낯선 2023이라는 숫자를 눈에 담으며 새 달력을 펼쳐본다. 두눈을 크게 뜨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2023년의 공휴일이다. 새해의 첫날은 일요일이지만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모두 화요일이다. 야호! 마침 정부가 2023년부터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토요일인 석가탄신일도 인자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2023년 6월부터 만 나이가 시행된다니 어쩐지 새해가 되어도 나이가 동결되는 기분이다. 물론 변하는 건 공식적 나이일 뿐 마음의 나이와 몸의 나이간 격차는 점점 커질 일만 남았지만. 그리고 새해에는 식품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되고(<씨네21>에도 소비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해주시고), 최저시급도 5% 인상돼 처음으로 주 40시간 근로 시 월급이 200만원을 넘게 된다고 한다(우리의 연봉도 계속 오르기를).

이런저런 변화 속, 2023년의 영화계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신년 특집호인 1387호에선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4곳의 투자책임자들을 만나 2022년의 성과와 2023년의 계획과 전망을 들었다. 정경재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본부장, 이창현 쇼박스 수석부장, 이정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김수연 NEW 영화사업부 이사 4인이 신년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 영화산업에 관심 있는 이라면 왜 CJ ENM은 빠졌는지 의아할 텐데, 인터뷰를 진행한 시기까지 CJ ENM의 한국영화 투자 담당 사업부장이 공석이라 부득이 신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아무튼 4인의 한국영화 투자책임자들의 이야기에서 공통된 점을 추출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관객이 변했다. 둘째,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셋째, 슈퍼 IP의 확보를 포함해 콘텐츠 기획·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합하면 사람들은 점점 더 까다롭고 신중하게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른다. 관객의 취향은 파편화되어가고, 관객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은 점점 어려우며, 영화는 타사의 영화가 아니라 모든 것과 경쟁하게 생겼다. 정경재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본부장의 이야기처럼 <아바타: 물의 길>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경쟁하면서 소비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기존의 질서나 규칙을 고수할 순 없다. 배급 시기를 결정할 때도, 투자배급사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흐름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단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확고해진 느낌이다. 여기에 신규 투자 위축까지 언급하면 2023년의 영화계엔 먹구름이 가득한 것 같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2023년은 어떤 의미로든 다이내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질서가 바뀐다는 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목격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 2023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영화는 무엇일지, 또 화제의 인물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모쪼록 2023년의 한국영화계가 희망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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