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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겨울 이야기’, 의미를 찾기 힘든 고루한 수난극
소은성 2023-01-18

영화는 예고 없는 죽음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시작한다. 가족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여자(김지숙)는 잠들어 있던 시어머니가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연이어 시아버지 김 노인(신구)은 길을 잃고 배회하다가 경찰의 도움을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충격 때문인지 노인이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을 못 알아보고 식탐을 주체하지 못하며 시작된 증상은 빠르게 악화된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여자 역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노인을 돌보는 일은 온전히 며느리의 몫이다.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도 못 알아보는 노인이 며느리만 알아보고, 심지어 그가 하는 말에는 제법 순순히 따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치매에 걸린 노인과 그를 돌보는 며느리의 수난극이 된다. 영화는 숨이 찰 만큼 빠른 속도로 두 사람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과 그 이미지들을 나열하듯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등장하는, “늙는다는 것은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장 괴로운 고통이다” 라는 문장은 이 영화의 제사이기보다 요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노인과 며느리에게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두명의 캐릭터이기보다 ‘늙는다는 것의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에 압도되어버린 영화는 더이상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 <겨울 이야기>는 고 신상옥 감독의 유작으로 18년 만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2004년에 촬영을 마쳤으나 그가 타계한 뒤에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던 필름을, 아들 신정균 감독과 당시 촬영을 맡았던 조동관 감독 등이 힘을 모아 복원하고 편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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