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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윤정희 별세…향년 78
한겨레제휴기사 2023-01-20

[한겨레]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 2010년 이창동 감독 <>로 주목 말년 알츠하이머로 투병

영화 <시>의 한 장면. 배급사 제공

배우 윤정희가 1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8. 1960~70년대 은막의 스타로 크게 사랑받았던 고인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며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을 중단한 지 16년 만인 지난 2010년에 스크린 복귀작인 이창동 감독의 영화 <>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윤정희는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66년 합동영화사 주최의 신인배우 공모전에 참가해 1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배우로 선발됐다. 김래성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청춘극장>(1967)로 데뷔해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그후 해마다 30여편이 넘는 영화를 찍으며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 ‘트로이카’로 불렸다.

영화 <청춘극장>에 출연한 윤정희. 배급사 제공

<강명화>(1967), <아빠 안녕>(1968), <물망초>(1969) 등의 멜로드라마, <안개>(1967), <까치소리>(1967), <장군의 수염>(1968) 등의 문예영화(예술영화), <그 여자를 쫓아라>(1970), <황금70 홍콩작전>(1970) 등의 액션물, <내시>(1968), <이조 여인잔혹사>(1969) 등 사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영화계를 이끌었다. 고인은 영화배우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대학 졸업 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 여배우들의 변천사와 영화적 의미를 분석하는 논문을 써, 여성 배우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석사 학위를 딴 학구적인 배우이기도 했다. 1973년에는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방학 때 귀국해 영화를 촬영하면서 학업과 영화 이력을 병행해 쌓아갔다.

영화 <자유부인> 포스터 중 일부. 배급사 제공

고인은 1976년 프랑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잠정 은퇴하고 파리3대학에서 영화 공부를 이어나갔다. 이후 <자유부인>(1981), <위기의 여자>(1987)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1994년 엄종선 감독의 <만무방>에 출연하며 두번째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탔다. 이후 16년 동안 영화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에서 시를 쓰고 싶어하는 가난한 노년의 여성으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 작품으로 세번째 대종상을 수상했으며 칸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만무방>의 한 장면. 배급사 제공

2019년 백건우씨의 인터뷰를 통해 10여년째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됐으며 2022년에는 한국에 있는 형제들이 백건우씨와 딸에게 후견인 지위 이의 신청 소송을 하고 백씨는 형제들이 연주비를 횡령했다고 고소하는 등 가족 간의 오랜 갈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백씨와 딸 진희씨가 있다.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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