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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글래스 하우스
2002-06-11

시사실/ 글래스 하우스

■ Story

루비(릴리 소비에스키)는 반항적이고 불량스러우며 11살난 동생 레트(트레버 모건)와도 쉴새없이 다투는 16살 사춘기 소녀. 어느 날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루비와 레트는 천애고아가 된다. 변호사는 그들의 부모가 꽤 많은 유산을 남겼고, 후견인도 지정해두었다고 전해준다. 후견인은 오랫동안 옆집에 살았던 에린(다이앤 레인)과 테리 글래스(스텔란 스카스가드) 부부. 다정한 글래스 부부는 말리부 해변에, 유리를 주조로 지은 멋진 집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하지만 글래스 부부는 어딘지 믿기 힘들다. 불행한 남매에게 또다른 위험이 찾아온다.

■ Review

네 이웃의 재산을 탐하지 말라? <글래스 하우스>의 인상좋은 글래스 부부가 탐내는 것은, 이웃의 화목함이나 섹시한 젊은 아내가 아니라 돈이다. 재정파탄의 위기를 맞은 글래스 부부는 음모를 꾸민다. 그 지점에서 <글래스 하우스>는 시작한다. 하지만 우습다. 직접 돈을 훔치거나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사이좋게 지내던 옆집 부부를 죽이고 아이들의 후견인이 되는 것이라니. <글래스 하우스>의 긴장과 스릴이, 날아든 돌멩이에 산산조각난 유리창처럼 부서져버린 이유는 그것이다. 전제부터 너무나 부실하다는 것.

말리부로 아이들을 데려간 부부는 10대의 남매에게 각 방을 주지 않는다. 사춘기 소녀인 루비가 글래스 부부를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다. 글래스 부부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이들을 학대하면서 말려 죽이는 것이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글래스 하우스>의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루비에게 도움을 주겠다던 변호사의 존재이유도 엉성하다. 루비의 호소를 들은 뒤 글래스 부부에게 알리는 등 한패인 듯한 인상을 풍기던 변호사는 막판에 가서 무관함이 드러난다. <글래스 하우스>는 별 필요없는 에피소드를 남발하며 갈팡질팡한다. 냉정한 악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사악해진 것도 아닌 글래스 부부의 모호한 캐릭터는 <글래스 하우스>의 최대 약점이다.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분노의 질주>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 주로 청춘영화에서 성공을 거둔 제작자 닐 H. 모리츠에 대해 가 “이 절망적으로 부자연스러운 각본에서 뭘 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우려를 표명할 만도 하다. TV시리즈 등을 만들었던 대니얼 샤케임의 영화데뷔작.

위정훈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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