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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 감사명단, 이제 그만
2001-03-26

해외리포트/박스와 단신

“사랑하는 나의 가족, 이 영화를 만든 프로듀서 아무개, 스탭 누구누구, 그리고 나의 친애하는 매니저 모씨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한한 애정을 담아….” 어쩌면 올해부터 아카데미상 시상대에 선 수상자들의 이 가슴벅찬 ‘명단 발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25일의 제73회 오스카 시상식을 2주 가량 앞두고 열린 후보자 만찬에서 TV방영 연출을 맡은 길 케이츠는 100여명의 후보들에게 수상소감 발표를 45초 이내에 마무리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특히 그는 수상소감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명단을 시상대 위에서 발표하지 말고 미리 조직위원회에 넘겨주면, 시상식 다음날 오스카상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주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형 프로젝션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사진 아래 쇼를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넣은 인터넷 화면을 한 예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오스카상 시상식 생중계를 담당해온 그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들어 오스카상 시상식이 엿가락 늘어지듯 점점 길어졌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년보다 춤과 노래의 쇼를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은 4시간 넘도록 지속되며 최장시간 기록을 경신해 ‘지나치게 지루한 파티’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평생공로상을 받은 알 파치노가 발언을 끝내달라는 연출자에게 “조금만 더…”라고 거듭 얘기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또 각종 상에서 상당수 수상자들은 아예 명단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꺼내 줄줄 읽어대곤 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후보자들은 케이츠의 발언이 끝난 직후 환한 웃음을 지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 했다지만, 평생 한번 설까말까한 오스카 시상대에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한 인사치레를 포기할 수상자가 과연 많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