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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션 바라바
2002-06-18

■ Story

야쿠자 조직인 산세카이파와 이사미카이파간의 결연식이 있던 날, 나카모리파가 식장을 습격한다. 이에 산세카이파는 행동대장 유지(와타시 쓰히코)를 앞세워 나카모리파에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이 소란의 주동자가 시마(오쿠다 에이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지는 그를 해치우려 하지만 완강한 저항에 밀려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조직의 안전을 위해 각각 잠적한 유지와 시마는 오히려 조직으로부터 버림받는다. 한편 교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유지의 아내인 성애(나영희)와 시마의 아내 영희(윤유선)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과 야쿠자 남편을 뒀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밀해진다.

■ Review

<미션 바라바>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평생 악행만 저지르던 조직폭력배가 신의 존재를 실감하게 되고, 죄를 씻어내기 위해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진 채 고행의 길을 떠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매우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미션 바라바>는 다른 종교영화가 으레 힘을 주곤 했던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무거움을 제거해, 보는 이의 부담감을 덜어낸다. 온몸에 문신을 한 유지에게 전직 야쿠자였던 여관 주인이 묻는다. “저기, 오야붕은 누구신지?” 유지의 대답. “내 오야붕은 예수”.

유지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신을 받아들이며, 자기 나름의 해석력을 발휘한다. 유지는 자신의 십자가 행진에 대해 거창한 이론을 들먹이는 대신, “그걸 해내면 뭔가 변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내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미션 바라바>가 종교영화라기보다는, 기존의 자신을 묻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한 인간의 땀내나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유지와 시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다. 반평생 자신을 붙들어줬던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뒤 두 사나이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한다. 유지는 종교를 통해 자신을 추스르려 하지만, 시마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내 가슴속에는 야쿠자 근성이 있다. 그 응어리가 우리의 신이다”라는 뇌까림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속(俗)의 바닥까지 두들겨보고자 한다. 팽팽한 두 캐릭터가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폐공장 신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때때로 종교적 메시지는 너무 앞서 나간다. 시도 때도 없이 영화에 깔리는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성애가 “우리 남편이 돌아오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리는 도중 갑자기 유지가 집으로 돌아온다든가, 성경책이 영희의 생명을 구한다거나 하는 장면은 기존 맥락과 동떨어지는 듯해 아쉬움을 준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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