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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워크 투 리멤버
2002-06-18

■ Story

전학생에게 신고식을 강요하다 대형 사고를 친 랜든(셰인 웨스트)은 그의 패거리를 대표해 학교 연극에 참여하라는 ‘벌’을 받는다. 연극부에는 마을 목사의 딸로 촌스런 패션을 고집해 왕따당하는 제이미(맨디 무어)가 있다. 랜든은 서서히 제이미에게 끌리지만, 학교 친구들의 이목 때문에 내색하지 못한다. 제이미의 감춰둔 아름다움을 본 랜든은 진심어린 구애를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곧 제이미의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 Review

“날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촌스런 왕따 소녀가 매력덩어리인 학교 ‘짱’에게 받아낼 다짐이란 이것이다. 소년의 황당한 표정 뒤로 비웃음 비슷한 미소가 스친다. “그야 쉽지.” 그러나 그렇게 쉽게 할 약속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하도록 운명지어졌다. 그것도 시한부의, 애절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워크 투 리멤버>는 냉소와 회의로 가득한 세상에 그 사랑의 힘을,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려는 희귀한 시도다.

<워크 투 리멤버>는 비범한 남녀의 비범한 사랑 이야기다. 왕따 소녀와 문제아 소년은 서로 경계하고 부딪친다. 소녀는 보수적이고 조숙해서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인생 목표 리스트’를 정할 만큼 자기애가 강하다. 반면 소년은 또래 그룹을 리드하지만, 유약하고 불안정한, 방황하는 십대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를 자신의 반쪽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년은 “그 앨 위해 달라지고 싶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하게 되고, 소녀는 소년을 통해 “기적을 체험하는” 꿈을 이룬다.

통속적이고 진부하지만, 이런 러브스토리의 힘은 꽤 세다.<병 속에 든 편지>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니콜라스 스팍스의 동명소설이 원작. 50년대가 배경인 소설을 각색 당시 90년대로 바꿨다고 하는데, 감성과 분위기는 예스럽다. 금욕적인 데이트나 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취미는 요즘 세태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고전적인 테마와의 조화를 위한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여주인공 제이미의 캐릭터가 성화(聖畵)처럼 보여지고, 주변 인물들이 밋밋하게 묘사된 건 흠이다.

이런저런 아쉬움에 너그러울 수 있는 건 맨디 무어의 열연 덕이다. 맨디 무어는 아이돌 팝스타의 이미지를 뒤엎고 촌스런 왕따 소녀로 변신했고, 연극무대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마법을 연출해냈다. 셰인 웨스트와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눈빛과 눈물이 저런 것이겠거니, 믿어도 좋을 만큼.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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