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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패닉 룸
2002-06-18

■ Story

이혼한 뒤 딸과 둘이 살게 된 멕(조디 포스터)은 부자 동네인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4층짜리 집을 구한다. 집안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춰진 고급주택, 이곳엔 ‘패닉 룸’이라는 공간이 있다. 집안 곳곳을 비추는 모니터와 비상용품이 준비된 패닉 룸은 밖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금고 같은 방. 이사한 첫날밤, 뒤척이다 잠이 깬 멕은 침입자들의 존재를 발견한다. 멕은 딸과 함께 패닉 룸으로 숨고, 집안에 들어온 강도 세명은 패닉 룸으로 들어가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 Review

<패닉 룸>은 이상한 공간이다. 가장 안전한 곳,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장소, 하지만 패닉 룸은 그 안에 들어선 자들을 고립시킨다. 폐쇄공포를 느끼는 여인,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뇨병에 시달리는 딸에겐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고, 경찰에 연락하려면 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밖에는 총을 가진 괴한이 있고 이웃은 절박한 구조요청을 끝내 외면한다. <파이트 클럽>의 작가 데이비드 핀처가 이번에 내놓은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다. 딸을 지키려는 한 여자와 험악한 세 남자가 닫힌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치 양보없이 싸운다. 서늘한 악몽? 핀처는 <패닉 룸>을 ‘팝콘 무비’라고 말했다.

핀처식 팝콘 무비의 핵심은 완벽하게 통제된 공간, 빈틈없는 플롯이 만드는 긴장감이다. <미션 임파서블>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 맨> 등 걸출한 블록버스터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비드 코엡의 각본을 기초로, 핀처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벽과 문을 관통해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카메라는 히치콕이 완성한 스릴러 문법에 첨단 테크닉이 보충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새로운 경지는 아니어도 영화에서만 가능한 신선한 시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테크니션으로서 핀처의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초 니콜 키드먼이 맡았던 주인공 역은 키드먼의 부상으로 조디 포스터가 넘겨받았다.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야 하는 불안감을 표현하는 데는 키드먼이 나았을지 몰라도 두려움을 딛고 침입자를 물리치는 대목에선 포스터가 적역으로 보인다. 실제에서나 영화에서나 그녀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어머니이자 독립된 여성인 자신을 증명한다. <패닉 룸>은 밀폐공간의 안팎을 넘나드는 심리게임이자 양파껍질 까듯 다 벗겨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팝콘 무비지만, 이혼과 더불어 패닉 룸에 숨은 한 여자가 스스로 그곳을 걸어나와 악한들을 물리치는 이야기기도 하다. 남성성에 매혹된 한 남자가 자폭하는 이야기 <파이트 클럽>을 거꾸로 들여다본 것처럼.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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