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Review] 디오스
2002-06-25

■ Story

오는 사람이 없어 파산 직전에 처한 천국에, 어느 날 지상의 한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접수된다. 아내가 떠난 뒤 슬럼프에 빠진데다 최근 의사로부터 권투를 그만두라는 선고를 받아 절망에 빠져 있는 권투선수 아들 마니(데미안 비치르)의 영혼을 구원해달라는 것. 천국에서는 천상 최고의 가수인 롤라(빅토리아 아브릴)를 지상으로 파견하고, 지옥도 이를 방해하기 위해 지옥 식당의 섹시한 웨이트리스 카르멘(페넬로페 크루즈)을 급파한다. 롤라와 카르멘은 각각 마니의 아내와 사촌동생으로 한집에 살면서 한 슈퍼마켓의 계산대 점원과 인사과장으로도 만난다.

■ Review

천국은, 지옥은 또 어떻게 생겼을까. 어린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상상으로부터 <디오스>는 출발한다. <디오스>가 그려내는 천국은 우아한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정돈된 흑백영상의 파리. 반면 지옥은 영어가 사용되는 지하세계로 후덥지근한 오렌지빛 아니면 그늘진 푸른빛이 주조를 이룬다.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의 합작영화인 이 영화에서, 지상세계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땅으로, 자연스러운 컬러로 묘사된다.

천국, 지옥, 지상을 세개의 다른 공간으로 그려내는 재기어린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디오스>는 캐스팅에서 또 다른 발랄함을 보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오픈 유어 아이즈> 등 스페인 거장의 영화들에서 착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이미지를 고수했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팔자걸음을 걷고 도색잡지를 끼적이는, 악의에 가득 찬 남성적인 지옥사신으로 나오고, <욕망의 낮과 밤> <하이힐> <당신의 다리 사이> 등에서 주로 관능적인 연기를 해왔던 빅토리아 아브릴은 천상의 사신인 천사로 분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디오스>는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을 대하는 천국과 지옥의 두 가지 태도를 그려내는, 어른들을 위한 창의적인 동화라 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여느 동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나름의 판타지에 충실하느라 사건의 개연성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다소 엉성하고 지나치게 희화화된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상 스타일과 언어를 달리하며 성질이 다른 공간을 묘사하는 시도나 천상과 지옥의 사신이 한 남자의 영혼을 두고 겨룬다는 내러티브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빅토리아 아브릴이 천상의 무대에서 들려주는 노래 역시 이 영화가 주는 감미로운 선물이다. 원제는 ‘신으로부터의 무응답’이라는 뜻. ‘디오스’는 스페인어로 ‘신’을 뜻한다. 최수임 sooeem@hani.co.kr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