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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한스 짐머의 <스피릿> O.S.T 제작 뒷이야기

유레카! 아이디어는 목욕탕에서현재 할리우드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독일인? 볼프강 페터슨, 롤랜드 에머리히 같이 한때 대박을 터뜨린 독일 출신 감독들도 있지만, 쉴틈없이 일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프랑크푸르트 출신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를 꼽는 이들이 절대적이다. 한참 뒤로 물러났지만, 잘 봐줘서 금발, 솔직히 봐줘서 연갈색(게르만의 전형)의 부스스한 머리에 뻐드렁니로 촌스럽고 어수룩해 보이는 짐머는 외양 속에 감추어진 번득이는 음악적 영감으로 지금까지 70편이 넘는 블록버스터 음악을 담당했다. 워낙 다작이라 자신의 작품수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다. 짐머의 최신작은 제프리 카첸버그와 작업한 <스피릿>으로,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의 휘날리는 갈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서사적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췄다. 카첸버그와의 작업은 이미 4번째. 디즈니와 대판 싸우고 드림웍스로 옮겨가 이제는 과거의 밥줄 앞에 라이벌로 등장한 가차없는 사나이 카첸버그가 엄지로 꼽는 작곡가가 바로 짐머다. 이들 듀엣이 내놓은 최고걸작은 <라이온 킹>으로 사운드트랙 앨범 1500만장 판매기록을 자랑한다. 짐머에게 최초로 오스카 수상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작품을 결정짓는 최고의 아이디어가 하필이면 목욕할 때 떠오른다는 짐머. 대사없는 애니메이션영화 <스피릿>를 놓고 고민고민하다가 록스타 브라이언 애덤스를 기억해낸 장소도 목욕탕이다. 애덤스와의 작업에서 가장 큰 공은 전화응답기에 돌려야 한다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컨셉과 악상을 애덤스 응답기에 녹음해놓으면, 애덤스 역시 자신의 의견을 짐머의 응답기에 녹음해놓곤 했기 때문이다.

세살 적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짐머는 한때 유명한 록밴드 일원으로 활동했다. MTV가 전파를 최초로 탄 곡인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기억하는 음악팬은 더벅머리 시절의 짐머를 기억할 것이다. 전자음악과 테크노적 믹싱의 선구자로 각광받던 버글스의 짐머가 영화음악가로 전업한 계기는 1989년 오스카 후보에 오른 <레인맨>이다. 그후 이어진 짐머의 영광은 토니상, 골든글로브, 그래미 등의 트로피로 가득한 그의 서가가 시각적으로 증명해준다. 그러나 짐머는 여전히 겸손하고 겁이 많다. 프로젝트를 받는 날부터 불안감으로 인한 패닉상태에 빠진다고. “내가 영화음악을 시작하던 80년대만 해도 영화음악은 가장 괄시받는 장르였다. 그러나 관객은 부족한 우리에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관객의 높은 수준에 맞추려다보니 영화음악 역시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하는 짐머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엔니오 모리코네. 몇년 전 그와 함께 본에 있는 베토벤 생가를 방문했을 때 위대한 거장 앞에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들을 반성했다고 한다. 영화음악가가 꿀 수 있는 모든 꿈을 이룬 짐머지만 15년 넘게 보듬고만 있는 꿈이 하나 있다. 파트릭 쥐스킨드의 소설 <향수>를 영화화하는 것. 뮌헨의 제작자에게 투자다짐을 받으며 충고한 말. “리들리 스콧에게 그냥 맡기구려. 그러면 저절로 굴러가니까. 대신 음악은 꼭 내게 맡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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