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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피너츠 송
2002-08-21

■ Story

샌프란시스코의 밤을 주름잡는 ‘킹카’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에게 남자란 그저 하룻밤 즐기는 상대일 뿐이다. 실연당한 친구를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맺어주려던 크리스티나는 뜻밖에 그 남자 피터(토머스 제인)에게 끌리지만, 연락처도 주고받지 못한 채 헤어진다. 크리스티나는 피터를 보고픈 마음에 무작정 그의 형 결혼식에 찾아가기로 한다.

■ Review

멕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슴 연기가 쇼킹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세태도 변했고, 영화도 변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피너츠 송>의 뮤지컬 시퀀스에서 그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차이나타운의 식당에서 점심을 들던 세 처자가 별안간 남자들의 물건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흥이 난 이들은 주변 시선에 아랑곳없이 컵과 꽃병과 우산을 매만지며 교성을 내지른다. 이윽고 식당 가득 울려퍼지는 외설스런 노래, 바로 ‘피너츠 송’이다. <피너츠 송>은 그러니까, 제목부터 제법 야한 영화다.

<피너츠 송>은 화장실 유머로 버무린 섹스코미디다. 설정으로 보자면, ‘노처녀판’ <아메리칸 파이> 내지 ‘극장판’ <섹스 앤 시티>라 할 만한 영화. 크리스티나와 그 친구들은 남자들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룻밤 즐겁게 같이 놀면 그뿐. 특히 크리스티나는 실연당하고 우는 친구에게 “너무 쉽게 보인 것”이 패인임을 지적하며 “연애란 경계를 긋는 것”이란 충고로 다독여주는 ‘쿨한’ 여자다. 그러던 그녀가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겪는다. <피너츠 송>은 그러나, 섹스와 사랑에 관한, 새로운 관점의 영화이리라는 기대를 외면한다. 모니카 르윈스키를 연상시키는 치마 얼룩 사건, 남자 변기에 일을 보다 오물 세례를 당하는 사연, 더럽고 볼품없는 속옷 차림의 노상 가무 시퀀스 등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 참신한 설정이, 화장실 코미디의 끝물임을 알리는, 진부한 에피소드의 퍼레이드에 짓눌린 것이다.

작가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후일담 컨셉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히듯이, <피너츠 송>은 철저히 카메론 디아즈의 캐릭터 이미지에 기댄 영화다. 정액 무스를 머리에 바르고 백치처럼 웃던(<메리에겐…>), 팬티 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추던(<미녀 삼총사>), 화장실 코미디의 ‘여신’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진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피너츠 송>이 볼 만하다면, 그런 카메론 디아즈 때문이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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