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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캐스팅은 흥미로운 <텍사스 레인저>
2002-08-27

■ Story

앳된 청년 더니슨(제임스 반 더 빅)은 변호사가 돼 고향에 돌아온 날, 킹피셔의 도적떼에 부모와 남동생을 잃는다. 복수심에 불타는 더니슨은 홀몸으로 황무지를 가로질러 맥닐리(딜란 맥더모트)가 이끄는 무장 자경단 텍사스 레인저 부대에 지원한다. 맥닐리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전설적인 레인저 대장. 맥닐리는 경험없고 실력없는 스무살 남짓 젊은이들을 훈련시켜 전투에 나서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대원들 대부분을 잃고 만다.

■ Review

텍사스 레인저는 매우 소박한 목적을 가진 자경부대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대지로부터 얻을 수 있던 시절, 더니슨이 말하듯 “두발 딛고 설 땅은 지켜야 한다”는 유일하면서도 목숨처럼 소중한 목적. 말을 타고 자유자재로 장총을 쏠 수 있었던 젊은이들은 40달러의 월급 때문에 혹은 가족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이 부대에 지원했을 것이다. 황무지를 젊은 기백으로 뒤덮었을 그들의 이야기가 두고두고 영화에 소재를 제공하는 것도 이해는 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50년도 넘게 지난 시대로 그들을 소환한 <텍사스 레인저>는 단순하고 거칠었던 레인저들의 특성마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마저 너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캐스팅만 보면 <텍사스 레인저>는 분명 흥미가 가는 영화다. 원칙을 고수하는 고집센 더니슨은 <도슨의 청춘일기>의 제임스 반 더 빅이, 항상 허리를 곧추세우고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맥닐리는 <보스턴 저스티스>의 딜란 맥더모트가, 선량한 레인저 조지는 <내 차 봤냐?>의 애시튼 커처가 연기했다. <X파일>의 도겟 요원 로버트 패트릭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하사 암스트롱으로 합세해 먼지 속에 가려진 인간미를 더한다. 그러나 아무리 제몫을 해내는 배우라도 무모하게 쌍권총을 발사하며 무너진 흙벽 사이를 뛰어다녀야 한다면 ‘자세’가 나올 수 없다. 삶의 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나 서로를 이해하는 남자들의 연대감 역시 황무지를 전시하기에 급급한 연출에 묻혀 단서만 남긴 채 총알 속에 스러지고 만다. 이 영화의 감독 스티브 마이너는 <멜 깁슨의 사랑이야기> <할로윈: H2O> <플래시드> 등 종잡을 수 없는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장르영화의 외피만 건너다닌 그의 경력처럼 <텍사스 레인저>는 서부영화와 액션영화의 장점을 깊이없이 나열하기에 급급한 영화다.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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