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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춘희`나 되어볼까
2002-09-12

비디오 카페

친구 중에 웨딩 비디오를 찍는 애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춘희가 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물론 일은 주로 주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그 일만 가지고 춘희처럼 그렇게 한달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에서 살기는 힘들다고 한다. 어쨌거나 거의 2년째 그 일을 해오면서 친구는 별별 장면을 다 목격해온 것 같다. 조폭인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신랑쪽 사람들, 식 전에 김밥을 먹고 체해서 식 중에 예단 앞에서 오바이트를 해버린 신부, 너무나 구슬프게 울어대던 신랑, 그리고 한국 전통예복을 입고 폐백까지 치른 베트남 부부와 그들의 친구들 등등….

그래서 그런지 그애한테 결혼식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주말마다 있는 아르바이트일 뿐이다. 하긴, 주말마다 누군가는 꼭 결혼을 할 것이고 당사자들에게는 한평생 하나뿐일 그 순간이 내 친구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니까. 그래도 그 친구는 다큐멘터리를 하는 애여서 그런지 신랑, 신부에게 인터뷰 형식의 질문도 많이 한다고 한다. 지금 신부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나중에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신랑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

어쨌거나 나에게도 3-CCD 카메라가 생기면(그 이하의 기종으로는 일을 시켜주지도 않는다고 하니) 이 업종에나 한번 뛰어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결혼식에 이력이 나서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눈에도 전혀 애정이 깃들지 않을 만큼만 일을 한다면, 일생에 단 한번뿐인 그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나름의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