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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리스> (Sleepless (Non ho sonno))
2002-10-23

연쇄살인범,돌아오다

Sleepless, 2000년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출연 막스 폰 시도, 스테파노 디오니시, 치아라 카셀리, 로베르토 지베티, 가브리엘 라비아 장르 스릴러 (SKC)

다리오 아르젠토는 이탈리아 호러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서스페리아> <페노미넌> 등 충격적인 공포영화를 만들어냈던 다리오 아르젠토는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공포영화만이 아니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을 등장시킨 작품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추리작가의 소설이 현실의 사건으로 재연되는 <섀도우>나 오페라 극단을 배경으로 끔찍한 살인이 벌어지는 <오페라> 등은 잔혹한 살인의 정경을 과격하면서도 우아하게 그려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기력이 좀 쇠한 듯하다. 전작인 <오페라의 유령>은 유럽 문화에 대한 방대하고도 정통한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식과 애정이 거의 투영되지 못한 졸작이었다.

2000년에 만든 <슬립리스>는 연쇄살인범의 재림을 그린 영화인데, 첫 장면은 인상적이다. 한 남자의 집에 갔던 창녀가 우연히 파일을 들고 나온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파일에는 17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의 기사와 함께 개인적인 기록까지 들어 있다. 그녀는 연쇄살인범의 개인 파일을 들고 나온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차장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미 살인범은 기차에 함께 있다. 그녀는 기차의 좁고 긴 통로를 뛰어다니며, 살인범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겁에 질려 뛰어다니는 여인의 모습을 앞뒤와 창 밖에서 교차로 잡아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아르젠토의 연출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1983년 이탈리아의 투린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공포소설 작가인 난쟁이 빈센조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쫓기다가 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2000년 투린에서 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계속해서 여성들이 살해되자 경찰에서는 과거의 난쟁이 살인사건을 떠올린다. 난쟁이에게 어머니가 살해되었던 자코모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투린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7년 전,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꼭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던 형사반장 모레티를 찾아간다. 이미 은퇴했던 모레티는 자코모와 팀을 이루어 범인을 추적한다. 모레티는 살해된 여인들의 곁에 놓여 있던 동물들의 종이인형이, <동물농장>의 자장가에 등장하는 순서인 돼지, 닭, 병아리, 고양이, 토끼임을 알아낸다. 범인은 17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을 완결지으려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슬립리스>는 조금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평범한 스릴러영화다. <섀도우>와 <오페라> 등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과 장면들도 많다. <서스페리아>의 오싹함을 두배, 세배로 증폭시켰던 고블린이 다시 음악을 맡았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