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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의 초점을 액션에 맞추다,<플루토 내쉬>
2002-11-06

■ Story

2087년 달나라, 리틀 아메리카. 이제 막 감옥에서 나온 플루토 내쉬는 빚 때문에 살해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토니를 구하고, 그 조건으로 토니가 운영하던 클럽을 인수한다. 7년 뒤. 플루토는 리틀 아메리카에서 가장 손님 많은 ‘플루토 클럽’의 사장이 되어 있다. 그러나 카지노계의 거물 렉스 크레이터가 플루토 클럽을 강제로 인수하려 들면서, 플루토와 그의 경호로봇 브루노, 그리고 디나는 쫓기는 처지가 된다.

■ Review

드디어, ‘쇼 타임’이다. 하지만 에디 머피는 원맨쇼에 그리 소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는 옆에서 누군가가 험상궂게 굴거나 무표정한 인상으로 맞장구를 쳐주어야만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꼭 버디이어야만 한다. 그게 닉 놀테이건 로버트 드 니로이건 슈렉이건 간에. 만약 이 영화에서처럼 파트너가 한술 더 뜬 백치(68년형 구제 경호로봇)일 경우에는 에디 머피가 그 반대의 표정을 짓고 다녀야만 한다.

또는 로맨스(디나와의 사랑)가 가미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표정까지 더불어 지어야만 한다. 에디 머피에게 이런 건 농담치는 것보다는 어려운 일이고, 또 안 어울리는 짓이다.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 터커나 크리스 록의 입담을 따라가기에는 그도 이제 많이 숨이 차다. 그렇다고 윌 스미스의 뭉친 근육을 가져올 수도 없는 일이고. 말하자면, <플루토 내쉬>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화로부터 시선을 떼내어 에디 머피를 관찰하게 하는 명상의 시간을 강요한다. 이 영화는 배우로서의 에디 머피의 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메타텍스트로 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후반부 반전(이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을)장면은 은연중에 메타포가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자면, 시종일관, 한 장면도 어김없이, 철저하게, ‘어중띠게’ 돌아가는 것은 이 영화가 액션에 각본의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SF장르라는 범주와는 상관없이 빗나가고, 즉 왜 2080년의 달이 시공간적 배경이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상실하고, 인물들의 특징을 지우면서, 즉 <오스틴 파워>에나 어울릴 듯한 외모의 인물들이 합리적인 추리와 사랑과 분노와 정의의 감정들을 유지하면서, 일차원적인 쾌락의 열기들을 스스로 싸늘하게 식혀간다. 더불어 그 액션장면들조차 긴장감을 상실한 채 화약 냄새만을 피울 뿐이다. 하지만 어쨌든, 플루토와 디나, 브루노는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달세계 카지노의 제왕 렉스 크레이터를 찾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짜잔, 회전의자를 돌리면서 드러나는 정체는 플루토의 복제인간, 그러니까 또 하나의 에디 머피이다. 이 둘이 서로를 붙들고 싸움을 치르고, 그 하나가 건물 밖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나머지 하나가 남는다. 결국, <플루토 내쉬>에서 렉스와 플루토는 같은 인물이면서, 다른 역할이다. <플루토 내쉬>에서 선택된 에디 머피(플루토)의 ‘파트너’는 또 하나의 에디 머피(렉스)인 셈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어느 할리우드 배우의 슬픈 농담은 아닐까 정사헌/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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