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충무로 다이어리
[조종국] 해법은,`사람` 에 있다
2002-11-06

여러 사람이 모여서 어떤 일을 할 때 성과를 극대화하는 관건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에 맞는 사람을 잘 배치하고, 이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른바 ‘적재적소’가 필수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막상 집행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촬영 때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면서 이것저것 많이 개선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사람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도 비효율적인 요소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영화촬영 현장에 가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일을 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은 팽팽한 긴장이 흐르지만, 감독의 ‘컷’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시골 장터의 난전처럼 어수선해진다. 카메라와 조명기를 옮기는 등 다음 촬영을 위해 한바탕 법석이 벌어지고, 다음 장면 리허설이 시작된다. 규모 큰 액션장면이나 출연자가 많은 복잡한 장면일 경우 시간도 길어지고 훨씬 더 떠들썩하다. 한 장면 촬영이 끝나고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기까지의 준비시간, 그 많은 스탭 중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꼼꼼히 살펴보면 와중에 쉬거나 노는 스탭들이 적지 않게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게으름피우는 게 아니라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일선 프로듀서들의 입을 빌리면,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촬영 당일 현장에 나오는 스탭이 ‘정확하게’ 몇명인지 사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촬영, 조명, 미술, 분장, 의상 등 그룹으로 일이 진행되는 부문의 세부적인 사람 운용에는 현실적으로 프로듀서의 통제와 제어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부서에서는 사전 예고없이 수시로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심지어 어제는 이 영화현장에서 일하다가 오늘은 저 영화현장에서 일하는 스탭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세에 지장없는 지엽적인 문제라고 일축할 수도 있고, 영화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는 지적이기도 하다. 또 프로듀서 입장에 지나치게 경도된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먹만한 구멍 하나가 뚫리면 이어 둑이 무너지듯, 이런 비효율이 미치는 파급 영향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례 한 가지.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그는 지금 영화인회의 제작환경개선위 위원장을 맡아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연출-제작부를 프로듀서 라인으로 통합 운용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적용할 작정이라고 한다. 연출부가 감독-조감독으로 이어지는 연출 라인에 있는 것보다, 프로듀서-제작실장(라인 프로듀서) 라인으로 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면, 촬영이 시작되면 연출부는 배우 일정을 챙기고 의상과 소품을 담당하는 등 다분히 기능적인 과업이 주업무여서 집약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대신 프리 프로덕션에서는 연출부 대신 ‘시나리오/콘티팀’이 감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감독, 조감독, 스크립터를 제외한 연출부는 제작부와 통합 운용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프리 프로덕션에는 필요하지만 촬영 시작과 동시에 유휴 인력이 사람을 제작쪽 지원으로 돌리거나, 극단적으로는 인원을 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반면 감독 수업을 목적으로 하는 연출부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함정도 있다. 촬영장에서 일하는 자리가 카메라 앞이냐 뒤냐에 따라 학습 효과는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수십명이 모여서 몇달씩 공동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 관리’만 잘해도 효율성을 곱절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해법도 사람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조종국/ 조우필름 대표 kookia@jow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