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씨네클래식
영화사 신문 제 2호 (4)
2002-11-13

격주간 · 발행인 안정숙 · 편집인 이유란

‘소리가 있는’ 기계들을 만나다

영사기 달린 기구 등 선보여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시네마토그라프를 선보인 이후에도 새로운 기계에 대한 발명가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파리 만국바람회는 그 성과를 한눈에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라울 그리무앙 상송이 만든 시네오라마. 상송은 원주가 무려 100m인 큰 원형극장을 만들고 10개의 영사기 등이 탑재된 커다란 기구를 설치했다. 이 영사기들은 360도 전방위로 유럽 주요 도시의 풍경을 선보였다. 관객은 마치 기구에 올라타고 이 도시들의 하늘 위를 나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10대의 영사기가 내뿜는 열기가 너무 지독해서 경찰당국은 화재의 위험을 이유로 시네오라마의 상영을 금지시켰다. 시네오라마는 단 4차례 상영됐다.

시네마토그라프를 발명한 루이 뤼미에르는 가로 21, 세로 18m의 스크린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1만5천명이 군집할 수 있는 박람회장 안에 설치된 이 스크린에서는 30분 동안 15편의 영화와 15컷의 컬러사진을 상영했다. 이 대형 스크린은 지하 물탱크에 보관되다가 저녁이 되면 중앙에 매달렸다. 그 주위로는 분수시설을 해놓아 스크린이 중앙에 걸리면 분수를 작동시켜 스크린을 적셨다. 그럼으로써 영사의 조명도를 훨씬 높일 수 있었고 스크린 양쪽 어디에서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소리가 있는’ 기계들도 선보였다. ‘발성영화와 연극’ 코너에서 관람객은 <햄릿>을 눈과 귀로 동시에 감상했다. 전직 뤼미에르사 촬영기사인 클레망 모리가 축음기 제작자인 앙리 리오레와 손잡고 만든 이 기계의 원리는 소리와 영상을 분리한다는 것. 배우들은 촬영과 녹음을 따로 했고 상영기사들은 한쪽 귀에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보청기를 꽂고서 배우들의 목소리에 화면의 속도를 맞추어 돌렸다. 또한 관람객 각자가 이어폰을 통해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든 ‘포노라마’도 전시됐다.

찍을까, 속일까

영국 감독들의 실험적 작품들

현재 영국영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감독인 조지 앨버트 스미스와 제임스 윌리엄슨이 브라이튼에 둥지를 틀고 갖가지 특수효과들을 실험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의 흥미를 끌가 하는 고민에서 여러 가지 기법을 실험해왔는데, 프랑스의 조르주 멜리에스가 트릭을 ‘찍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들은 카메라로 트릭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영화가 윌리엄슨의 1900년작 <커다랗게 삼키기>. 이 영화는 먼저 촬영을 원치 않는 한 남자가 카메라와 촬영기사를 삼키고 흐믓해하는 과정을 카메라의 조작을 통해 보여준다. 곧 남자의 커다란 입이 시야를 가릴 만큼 앞으로 다가온 장면 다음에 검은 화면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관객은 마치 이 남자가 카메라와 촬영기사를 삼킨 것처럼 느끼게 된다.

<커다랗게 삼키기>를 만든 제임스 윌리엄슨은 약장수, 아마추어 사진가로 일하다 1897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또 꿈속 장면이 등장하는 <다시 꿈꾸게 내버려둬>(1900년)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다음해 파테사 소속 감독인 페르디낭 제카에 의해 <꿈과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또한 1901년에 만든 <불이야>와 <도둑아 멈춰라>는 미국 영화인 에드윈 포터가 <미국 소방수의 생활>과 <대열차 강도>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앨버트 스미스는 원래 초상 사진가 출신. 그의 대표적인 영화는 <메리 제인의 불운>으로, 이 영화는 부엌에 있는 지저분한 부인을 보여주는 먼 거리 장면과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을 끼워넣어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또 한 사람의 브라이튼 맨은 프리즈 그린으로 그는 1889년 하이드파크에서 포착한 사진들을 초당 10컷의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던 인물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