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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2002-12-05

친애하는 Y는 아내와 함께 카메라를 응시하며 한껏 느끼한 포즈를 취한다. 스틸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의 디지털비디오카메라의 컬러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난 “이보다 더 닭살스러울 순 없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Y는 올 봄에 아내를 앞세워 이 카메라를 장만했다. 카메라만 사면 곧 뭔가 할 수 있을 것처럼 큰소리를 쳤던 그때의 Y는 지금 아내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둘은 1년 전 피로연장에서 입었던 옷을 꺼내 입고 꽤 다정하게 서 있다. 모니터 속의 아내는 Y에게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할부금이 이번달로 끝났어”라고 말했다. 웃었다. “찰칵.” 비디오카메라에서 스틸사진을 찍을 때 나는 소리가 났다. 녹음된 소리…. 둘은 결혼식장에서 요구하던 야외 비디오 촬영을 한사코 거부했었다. 결혼식 자체를 끔찍해했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는 야외 촬영을 비웃곤 했다. 심지어 둘은 신혼여행 가서도 1회용 카메라로 서로 찍어주다가 한장도 함께 찍힌 사진이 없었다. “야~ 뽀뽀해봐!”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함께 서게 된 것은 전날 우연히 만난 아내의 친구 때문이다. 그녀는 이홍렬이 남궁원 집에 놀러 갔다가 결혼기념일마다 찍은 사진을 모아둔 사진첩을 보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엔 남궁원과 그의 아내 둘만 보였다. 그리고 다음 사진엔 아내의 배가 불러 있고 그 다음 사진엔 아이가 팔에 안겨 있다. 곧 아이가 섰고 점점 자라 결국엔 뒤에 서서 배경이 되었다. Y와 아내는 그렇게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원판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먼저 이 카메라를 기념하고 싶어했다. Y와 아내는 결혼기념일과 함께 이 비디오카메라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모니터 속의 둘이 뽀뽀를 한다. “찰칵.”이지윤/ 비디오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