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과도한 액션에 잃어버린 디테일,<엑스 vs 세버>
2002-12-11

■ Story

독일에서 신개발된 가공할 살상무기가 몸에 투입된 미 국방부 소속 첩보기관 DIA 국장 로버트(그레그 헨리)의 아들이 괴한한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FBI는 전직 요원 엑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이 일의 적임자라고 판단,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 그의 아내에 대한 행방을 미끼로 그를 포섭하고, 곧 엑스는 사건의 주인공이 전 DIA 특수요원 세버(루시 리우)임을 알아챈다. 쫓고 쫓기는 관계에 놓인 엑스와 세버. 그러나 이 사건이 엑스를 둘러싼 음모와도 관계된 것을 알게 된 뒤 엑스는 세버와 협력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 Review

냉전시대가 지난 이후 21세기에 만들어진 첩보물들이 위험한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자칫하면 영화가 굉장히 애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처럼 시대와 배경을 막론하고 어떤 경우에든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첩보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 대 정부 혹은 정부 대 개인이라는 긴장감 있는 대결구도 안에서 적절한 액션이 펼쳐지는 것이 첩보영화의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이다.

이 영화의 대결구도는 개인 대 개인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엑스와 세버가 대결하는 초반부나 엑스와 세버 대 로버트의 대결구도로 바뀌는 중반 이후의 이야기 모두는 결국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서술된다. 로버트가 현직 DIA 국장이고 엑스와 세버 또한 전직 요원이라는 배경만 제외한다면 영화는 계속해서 로버트, 엑스, 세버의 과거사에 대한 복수와 반전을 묘사해간다. 불행히도 이 묘사는 무척이나 지리멸렬하고 요즘에는 잘 쓰지도 않을 만큼 전형적이다. 죽은 줄 알았던 엑스의 부인은 로버트의 부인이 되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엑스를 향해 있으며 로버트의 사이에서 낳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사실은 엑스의 아이라는 등 모든 이야기는 엄청난 전형성 안에서 지루하게 흘러간다.

첩보극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액션과 복수극쪽에 가까운 플롯은 그나마 과도한 액션에 가려져 디테일을 갖지 못한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액션의 굉음에 묻혀 가끔씩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는 매우 진부하며 계속해서 전복하거나 폭발하는 자동차들은 오히려 액션이 주는 긴장감을 무디게 할 뿐이다. 석달 동안 하루에 8시간씩 특수 무술훈련을 받았다는 루시 리우의 액션과 연기 또한 차라리 덜 세련되고 과장된 스턴트로 대체되었으되 발랄함으로 승부하던 <미녀 삼총사> 때가 더 좋을 만큼 밋밋하고 침울해 보인다.

타이 태생의 젊은 감독 카오스는 할리우드 제작방식을 창조적으로 발현해내기 이전에 이미 혼돈에 빠져 있었던 듯하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