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단편 Review] 모든 천사는‥‥/그해 아폴로 11호는‥‥/단팥죽
2002-12-11

→ 단편리뷰

모든 천사는 수위를 꿈꾼다

■ Story

고정초등학교는 이제 학생 수가 네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인가 학교를 찾은 두칠은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이 학교의 수위가 되고 싶어한다. 교장선생님이 시킨 일거리들을 해내면서 두칠은 학교를 바꿔간다. 우물에 빠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만수를 데리고 나와 학생수가 다섯이 된 고정초등학교에는 이제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 Review

수위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두칠은 사실 천사였다. 그러므로 <모든 천사는 수위를 꿈꾼다>. 동화가 어떻게 하여 행복에 이르는 것인가를 꼼꼼하게 생각해본 흔적이 이 영화에는 역력하다. 수위가 되려 하는 두칠에게 교장선생님은 꽃을 알아야 한다고 하고, 토끼의 눈이 왜 빨갛냐고 묻고, 담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두칠은 척척 하나씩 해결해간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총명한 소년처럼. 종종 그 목적지가 행복이 되기 위해서 동화 속에는 ‘임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면서 모든 게 완성된다는 사실도 이해한다. 우물에 빠져죽은 줄로만 알았던 만수를 데리고 나와 마침내 학교를 즐거운 동산으로 만든 두칠은 또 어디론가 도착해 수위가 되기를 자처할 것이다.

그해 아폴로 11호는 달에 갔을까

■ Story

철없는 33살의 고모 희라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던 그날에 태어났다. 매일 매일을 띠동갑 조카와 달그림을 그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할 정도로 그녀는 아직 철이 나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집안 식구들은 결국 그녀를 ‘거기로’ 보내기로 한다. 아마도 그녀가 돌아오는 날에는 많이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조카는 말한다.

■ Review

<그해 아폴로 11호는 달에 갔을까>에서 아폴로 11호가 정말 달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X파일>에서 보았던 것처럼 조작된 사실일 거라고 확신하는 아이의 말에 고모 희라는 화를 낸다. 이유가 있다. 그녀는 달나라에서 채 크지 않은 채로 지구로 내려온 아기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구에서는 언제까지나 마음이 크지 않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결국 그녀가 다시 거기로, 아마 달로 돌아간 것은 다시 지구로 오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수많은 달나라 아기씨들이 지구력의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소곤거린다. 그리고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착한 동화라기보다 자라기 싫은 어른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림들을 보여주는 그림 일기장이다. 그들이 살기에 지구는 너무 늙었다고 영화는 생각한다.

단팥죽

■ Story

어느 눈 내리는 겨울, 한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와 단팥죽을 먹는다. 바깥은 춥고 바람이 분다. 창문에 붙어 선 ‘눈사람’은 단팥죽을 먹는 식당 안의 사람을 바라본다. 그리고 창문이 열리면, 어느새 그 눈사람은 사람이 되어 단팥죽을 먹고 있다. 단팥죽을 다 먹은 눈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물기가 서려 있다.

■ Review

<단팥죽>은 뚜렷하게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로, 감정들이 배제되거나 묻어나게 하면서 사람과 눈사람을 맺어준다. 식당 안에서 단팥죽을 먹던 그 무표정의 남자는 어느새 바깥에서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눈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따듯함의 내부와 차가움의 외부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열리고 닫히면서 하나의 형상으로 겹쳐진다. 한명의 배우가 두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들은 사실 한 (눈)사람의 두개의 마음으로도 이해된다. 그래서 눈사람이 소망하는 내부의 따듯한 온기는 스스로를 녹이는 슬픔이 되어갈 수도 있다. 주인이 창문을 닫고 바람소리가 걷히고, 눈이 멈추면 (눈)사람은 가득히 물이 되어 있다. <단팥죽>은 최소한의 세트로, 최소한의 인물로, 최소한의 행위로 감정을 담아낸다. 거기에서 단팥죽은 안과 밖의 마음을 하나로 만나게 해주는 대상이다.정사헌/ 영화평론가 taogi@freechal.com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