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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더블 비전
2002-12-24

■ Story

대만 타이베이에서 믿기지 않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다가 죽은 대기업 회장의 사인이 익사로 밝혀지고, 멀쩡한 아파트에서 죽은 여자에게선 불에 타죽은 시체에서 볼 수 있는 전신탈수증이 나타난다. 곧이어 발견된 한 교회 목사의 시체는 배가 갈려 창자가 꺼내져 물에 씻긴 뒤 다시 넣어져 봉합돼 있다. 타이베이 경찰은 죽은 이들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곰팡이를 미국 FBI에 보냄과 동시에 FBI의 연쇄살인 전문 수사관 케빈 리히터(데이비드 모스)를 파견받는다. 타이베이 시경 외무과의 황 형사(양가휘)가 리히터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 Review

<더블 비전>은 <와호장룡> <버추얼 웨폰>처럼 미국 컬럼비아사의 아시아 프로젝트로 제작된 대만영화다. 포스터만 봐서는 액션인지 스릴러인지 공포영화인지 감이 잘 안 잡히지만, 거칠게 비유하면 ‘<쎄븐>의 동양버전’이다. 경찰관이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절대공포와 대면하고, 그 공포가 경찰관의 근원적 죄의식을 건드리면서 그를 지배하는 식의 구성이다.

<쎄븐>이 이 공포의 근거를 단테의 <신곡>에서 끌어왔다면, 이 영화는 동양의 지옥 개념에 도교의 이미지를 입히고 ‘새로 발견된 문헌에 따르면’ 하는 식으로 여러 상징들을 가공해 덧붙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치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만큼은 긴장감을 받쳐준다.

영화는 <쎄븐>과 마찬가지로 문헌과 글귀 해석이 사건에 다가서는 단서를 제공한다. 과학적 증거들은 뒤따라오면서 문헌적 해석을 뒷받침할 뿐이다. 도교 학자를 찾아간 황 형사는 물의 지옥, 불의 지옥, 창자를 꺼내는 지옥, 심장을 꺼내는 지옥 등 5개의 지옥을 거쳐 불멸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내려왔음을 알게 된다. 리히터는 과학적 수사를 통해 범죄자들이 상류계층으로 구성된 사교집단일 것이라는 실마리를 찾는다. 이 양쪽의 수사가 맞물려 찾아간 사교집단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단호하고 잔혹하다. 관객에게 단서를 던져주고는 바로 다음 단계로 이행하고, 그때마다 공포감의 차원을 하나씩 높이면서 사건의 중앙으로 다가서는 연출이 박진감 있다.

남다른 건 <더블 비전>이 초자연적인 힘의 존재, 또는 그 존재에 대한 믿음의 여부를 갈등의 중앙에 놓고 있는 점이다. 황 형사가 겪는 갈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자연적인 힘을 무시할 수 없게끔 만든, 끔찍한 사건의 경험이 있다. 황 형사와 리히터의 캐릭터도 여기서 갈린다. 원죄에 대한 응징을 두려워하는 <쎄븐>의 화면이 붉은색과 갈색 톤인데 반해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신비감을 주려는 듯 초록빛과 회색 톤이다. 이건 영화의 공포를 뒷받침해줄 동양사상이 기독교만큼 죄와 처벌을 강조하지 않는 데 따르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공포의 실체가 모호해지는 부작용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요한 대목에서 초점이 몇 차례 흔들린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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