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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성 혁명가의 일생,<도미니카의 붉은 장미>
2002-12-26

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2001년, 감독 마리아노 바로소출연 샐마 헤이엑,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출연 미아 마에스토로, 데미안 비치르 장르 드라마 (폭스)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는 에로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이다. ‘장미’라는 단어를 어디에서 가지고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색하긴 하지만 차라리 ‘붉은 나비’가 낫다. 원제인 ‘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의 ‘나비’는 도미니카의 독재정권에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은 미네르바 미라발의 별명이다. 독재정권에 목숨을 잃은 첫사랑 리오가 미네르바를 부르던 이름.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는 중남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 투사 미네르바 미라발의 일생을 그린 전기영화다.

도미니카는 1930년부터 1961년까지 트루힐로 장군의 지배 아래 있었다. 트루힐로 장군은 귀족, 성직자, 언론 등 지배집단과 비밀동맹을 맺어 철저하게 국민을 억압했다. 식량배급과 공포심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통해서. 그래도 저항하는 세력한텐 가차없이 죽음을 선사했다. 트루힐로의 통치 기간에 처형당한 사람은 3만명에 이른다. 대농장주의 딸 미네르바 미라발(샐마 헤이엑)은 자매들과 함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미네르바는 현실에 맞닥뜨린다. 아버지와 오빠, 삼촌까지 처형당한 친구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학교를 찾은 트루힐로의 차를 타고 간 리나는 그의 아이를 낳고 마이애미로 추방당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리고 리오는 혁명을 위해 도미니카를 탈출한다.

학교에서 만난 미네르바를 기억했던 트루힐로 장군은 미라발 가족을 파티에 초대한다. 춤을 추던 트루힐로가 미네르바의 엉덩이를 잡자 미네르바는 그를 때린다. 미라발 가족은 황급히 돌아오지만 다음날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간다. 대통령궁으로 찾아간 미네르바에게 트루힐로는 제안을 한다. 주사위 게임에 미네르바가 이기면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지면 부모만 돌아가고 미네르바는 궁에 남으라고. 미네르바는 역제안을 한다. 자신이 이기면 함께 돌아가고, 자신을 여자의 입학이 금지된 대학 법학과에 넣어달라고. 미네르바는 게임에서 이기지만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 미네르바는 법대에 진학하여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고, 남편인 마놀로 그리고 자매들과 함께한다. 미라발 자매는 결국 트루힐로 정권에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그로부터 6개월 뒤 독재정권은 막을 내린다.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는 나비로 불린 여성 혁명가의 일생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두드러진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사실에 충실한 영화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