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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판타지도 아닌 <스무치 죽이기>
2002-12-31

Death to Smoochy, 2002년감독 대니 드비토출연 로빈 윌리엄스, 에드워드 노튼캐서린 키너, 대니 드비토장르 코미디 (워너)

로빈 윌리엄스와 에드워드 노튼. <인썸니아> <스토커>에서 악역을 맡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로빈 윌리엄스와 젊은 배우들 중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하는 <레드 드래곤>의 에드워드 노튼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감독인 대니 드비토는 조연배우로 더 유명하지만 연출 데뷔작인 <장미의 전쟁>은 인상적인 수작이었고, <호파>와 <마틸다>도 범작이었다. 대니 드비토의 네 번째 연출작 <스무치 죽이기>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 인기인 어린이 쇼의 사회자 레인보우 랜돌프(로빈 윌리엄스)는 아이를 출연시키는 대가로 뇌물을 받다가 FBI에 체포된다. 후임자를 찾던 제작자 노라(캐서린 키너)는 코뿔소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셸던 몹스(에드워드 노튼)를 발견한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셸던은 노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스무치 쇼가 시작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셸던의 스무치 쇼는 순식간에 인기를 얻고, 스무치는 최고의 캐릭터가 된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스무치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 팔아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모든 것을 잃은 랜돌프는 자신의 불행이 스무치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복수를 계획한다. 셸던은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위하여 어린이 쇼를 개혁하려 하지만, ‘희망의 퍼레이드’라는 이름의 자선집단을 가장한 폭력조직은 스무치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

<스무치 죽이기>는 올해 최고의 실패작 중 하나다. 로빈 윌리엄스의 악역 연기를 다시 만날 수 있고, 에드워드 노튼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에 이어 춤과 노래 연기를 다시 선보인다. 어린이 쇼를 둘러싼 방송업계의 비리를 폭로하기도 하고, 원색으로 꾸며진 환상적인 스타일의 세트와 과장된 연기로 일관하는 배우들도 훌륭하다. 그러나 문제는 근본적인 곳에 있다. <스무치 죽이기>는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스스로 분간하지 못한다. 피터 잭슨이 만든 비슷한 소재의 인형애니메이션 <밋 더 피블스>가 철저하게 풍자와 조롱으로 일관한 것에 비하면, <스무치 죽이기>는 순진하고 적당하게 타협한다. 방송업계의 타락과 협잡은 아이들의 힘자랑 정도에 불과하고, 랜돌프는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 <스무치 죽이기>는 어른이 보기에는 지능이 너무 낮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저분한 것들이 너무 많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