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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반담의 근육과 이연걸의 발차기,<트랜스포터>
2003-01-27

■ Story

프랭크(제이슨 스태덤)의 직업은 ‘트랜스포터’, 사람이든 물건이든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 환상적인 운전솜씨에다 군에서 익힌 무술실력이 대단한 그는 쫓아오는 경찰쯤은 식은 죽 먹기로 따돌린다. 어느 날 프랭크에게 가방을 배달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그러나 차 트렁크에 가방을 넣고 목적지로 가던 그는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트렁크를 열게 되고 가방 속에 웬 여자(서기)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프랭크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무사히 인도하지만 그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 Review

트랜스포터 프랭크에겐 세 가지 룰이 있다. 첫째,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말 것. 둘째, 거래는 익명으로 할 것, 셋째, 절대 포장을 열지 말 것.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바로 ‘레옹’ 같은 킬러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무엇이든 제 시간에 배달하는 직업, 트랜스포터는 사실 살인청부업자의 변형이다.

그렇다면 킬러는 어떻게 사건에 휘말리는가 <첩혈쌍웅>의 주윤발은 사건현장의 증인을 살려두는 통에, <레옹>의 장 르노는 옆집 소녀에게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위험에 노출된다. <트랜스포터>의 프랭크 역시 원칙을 어기면서 깊은 수렁에 빠진다. 포장을 열어본 것만 해도 문제인데 가방 속에 든 것이 여자였으니 위험은 배가된다. 여자에게 마음을 연 킬러치고 곤란을 겪지 않은 자는 없다.

<트랜스포터>는 전형적인 킬러영화에 몇 가지 특이한 설정을 덧붙였다. <택시>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카체이스, 오우삼 스타일의 총격전, 성룡, 이연걸 등 홍콩 무술스타들의 화려한 액션이 그것. 이는 제작자와 감독의 이름에서 암시된 그대로다. <레옹>의 감독이자 <택시>의 제작자인 뤽 베송은 이미 이연걸 주연의 <키스 오브 드래곤>을 만든 전력이 있고, 감독 원규는 <이연걸의 영웅> <이연걸의 보디가드> 등을 연출한 인물. 프랑스 주류영화에 홍콩액션의 현란함을 수혈, 세계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는 영어로 이뤄진 대사나 서기의 출연에서도 확인된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이 영화의 주연 제이슨 스태덤의 존재감이다. <트리플X>의 빈 디젤을 연상시키는 스태덤은 영국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출신으로, 장 클로드 반담의 근육과 이연걸의 발차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각종 장애물을 이용한 스턴트에선 성룡 스타일의 코믹함까지 더했으니 제작진으로선 새로운 백인액션스타를 기대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시종 무표정한데다 별다른 카리스마가 없는 스태덤은 아직 액션스타라기보다 액션기계다. 그의 발차기에서 이연걸 같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트랜스포터>는 스피디한 액션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영화지만, 바닥에 엎질러진 석유 때문에 균형을 상실한 채 벌이는 격투장면처럼 감독 원규의 감각이 눈에 띄는 대목은 많지 않다. 우아하게 상승하고 하강하는 리듬감이 없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드러나는 몇몇 장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국적 없는 상업영화로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뤽 베송의 야심은 아직 실험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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