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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난장판, 그 주인은 당신!
2001-04-26

2001 블록버스터 어워드의 이모저모

이철민 | 인터넷 칼럼니스트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하듯이, 미국에서는 다양한 관련 행사들이 일년 내내 열린다.

그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요 영화제나 영화상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준메이저급 행사들도 아주 많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포괄하는 행사로 MTV 무비어워드와 함께, 비디오대여 체인인 블록버스터에서 주최하는 블록버스터 어워드는 ‘대중의

아카데미’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아카데미상의 대안으로 인식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몇주 지나지 않아 열리기는 하지만, ‘질’을 우선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아카데미와는 달리 고객들의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보여주듯이 ‘양’과 ‘인기’에 집중한다는 사실은 블록버스터 어워드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또 영화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과

게임에까지 그 대상을 넓혀 시상하기 때문에,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도 아카데미와는 또다른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하나의 거대한 요식행사처럼 틀이 만들어진 아카데미와는 달리, 스타들이 너무나도 편안한 복장으로 시상식에 나타나 저마다의 개성을

한껏 표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블록버스터 어워드의 큰 특색 중 하나다.

지난 4월11일 전 미국에 방영된 2001년 블록버스터 어워드 시상식은 이런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준 하나의 즐거운 ‘난장판’이었다.

우선 액션팀 부문에 <미녀 삼총사> <와호장룡> <샹하이 눈> <스페이스 카우보이>, 액션 부문

여우주연 부문에 <식스티 세컨드>의 안젤리나 졸리, <샤프트>의 바네사 윌리엄스, 코미디부문 남우주연 부문에 <그린치>의

짐 캐리, <빅 마마스 하우스>의 마틴 로렌스, <너티 프로페서2>의 에디 머피뿐만 아니라 <무서운 영화>의

말론 웨안스까지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부터 영화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수상자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보기 힘든 배우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카데미가 두번이나 물먹인 짐 캐리, 아카데미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 샌드라 불럭(코미디 부문 여우주연- <미스 에이전트>), 제니퍼 로페즈(SF부문 여우주연- <더 셀>),

케빈 베이컨(SF부문 남우주연- <할로우맨>), 와킨 피닉스(악당부문- <글래디에이터>), 빌 머레이(액션부문 남우조연-

<미녀 삼총사>)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 물론 이미 아카데미에서 검증이 된 러셀 크로, 줄리아 로버츠, 베네치오 델 토로가 상을

못 탄 것은 결코 아니고, 안젤리나 졸리, 헬렌 헌트, 니콜라스 케이지, 멜 깁슨, 기네스 팰트로, 미셸 파이퍼, 해리슨 포드, 프란시스 맥도먼드

등도 수상자 명단에 끼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또 하나 주목을 끈 것은 중국계 배우인 루시 리우가 <미녀 삼총사>로 액션팀 부문에서 수상함과 동시에 <샹하이

눈>으로 액션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2관왕이 되었고, 헬렌 헌트도 <캐스트 어웨이>(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와 <왓 위민

원트>(로맨스 부문 여우주연)로 역시 2관왕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스크림3>의 데이비드 아퀘트와 네브 캠벨이 공포 부문

남녀주연상을, <바운스>의 벤 애플렉과 기네스 팰트로가 로맨스 부문 남녀주연상을, <엑스멘>의 제임스 마스덴과 레베카

스마토가 SF부문 남녀조연상을 나란히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분별 수상자 발표보다는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와 가수들의 현란한 의상들이었다. 정장을 위주로 하는 아카데미와는

천양지차를 보이게 마련인 이번 블록버스터 시상식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의상의 주인공들은, T자형 팬티가 보이는 바지를 입은 카메론 디아즈와 ‘초현실적인

SF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하지만 베르사체로 한껏 정상을 향해 가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케이트 허드슨과 로베르토 카발리의 실크 드레스로 단장한 <코요테 어글리>의 타일라 뱅크스도 여전히 의상만으로도

그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하튼 이번 블록버스터 어워드는 미국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이 주체가 되어 엔터테이너들에게 상을 주고, 그 상을 받은 엔터테이너가 가식없는 모습으로

즐거워함으로써 대중에게 다시 즐거움을 돌려준다는 취지를 잘 살린 행사였다. 비록 거대한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상업적인 행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식으로 치장한 아카데미보다는 블록버스터 어워드가 훨씬 더 의미있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마 이런 사실 때문일 것이다.

▶ 블록버스터 어워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blockbusterawards.com/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블록버스터 어워드 특집 http://www.ew.com/ew/blockbuster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