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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코어맥이 부르는 <대중가요와 아일랜드 발라드들>

명절의 ‘의미=아름다움’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는 하나같이 발음이 (너무) 분명해서 언뜻언뜻 영어를 처음 배우던 중학교 1학년 교실을 연상시킨다. ‘영어 조기교육’ 얘기가 나온 지 오래이므로 지금 젊은 세대는 영어를 더 일찍 접했겠고, ‘독해력보다는 회화능력, 그리고 발음과 히어링 위주로 학습이 진행되니까, 그렇게 누가 많이 혀를 꼬부리고, ‘빠다 맛’을 풍기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니까 중학교 1학년 발음 기억이 분명치 않거나 아예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암스트롱의 너무도 원칙적이고, 그래서 더 ‘콩글리시’ 같은 발음은 백인들한테 ‘무식한 껌둥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피나게 노력한 결과다. 그리고 이런 사태는 1950년대 말 전설적인 카네기홀 공연 기록을 남겼던 해리 벨러폰테에까지 이어진다(그는 당시 공연 당사자였지만 실내 백인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암스트롱과 벨러폰테의 가창 예술은 너무도 탁월해서, 촌스러울 정도로 명료한 분절과 발음을 아름다움의 형용 자체로 전화하는데, 그게 너무도 멀쩡해서, 당연할 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가락의 안개가 짙을 뿐이다.

심오한 서정으로 1900년대 전반을 풍미한 ‘아일랜드 출신’ 테너 메코어맥의 대중가요와 아일랜드 발라드들의 발음도 마찬가지지만,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발음과 분절의 명료성 자체를 가창 예술의 뼈대로 전화하는 것. 짓궂은 익살과 농익은 유머 같은 그의 노래를 따라가다보면 영국과 아일랜드의 해묵은, 그리고 치열한 대립이 천년 깊이의 서정으로 침전되는 아늑함, 그리고 아득함을 느낄 수 있다.

메코어맥의 노래들은 신대륙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자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점했던 아일랜드인들의 향수를 달래는 명절 필수품이었고, 발매 당시 수백만장이 팔렸다. 원래 성악가를 지망했던 소설가 조이스의 친구로, 조이스는 젊은 날 그와 함께 공연했던 것을 평생 자랑으로 삼았다 한다.

명절이라…. 타관객지라 다소 악다구니가 두드러졌을 경상도,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 사람들 모두 귀향하고 한적해지니 비로소 서울이 내 고향다운데, 메코어맥의 노래가, 세월이 묻어 유현도 거느린 그 농담의 서정이, 폐부를 찌르며 헛헛한 가슴속에 무언가 아름다운 의미의 뼈대를 세운다. 그렇구나, 명절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기억이 한바탕 어우러지는, 그래서 더욱 질탕한 잔치로구나…. <금발의 지니>(3번 트랙), <카운티 다운의 별>(9번 트랙), <그대가 부르는 소리>(19번 트랙) 등 낯익은 노래와 마주치면 정말 사는 일에 감동은 게릴라처럼 온다는 사실에 눈물 핑 돈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