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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글리의 정체성 혼란,<정글북2>
박은영 2003-02-18

시사실/정글북2

■ Story

정글을 떠난 모글리는 자신을 인간 마을로 이끈 여자친구 샨티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모글리는 정글에 두고 온 아빠 곰 발루와 친구들을 그리워하지만, 양아버지는 위험한 정글에 다시 발을 들여선 안 된다는 엄명을 내린다. 어느 밤 발루가 모글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호랑이 쉬어칸이 모글리에 대한 원한으로, 나란히 인간 마을로 넘어오면서, 마을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 Review

강보 바람으로 정글에 버려진 인간의 아기 모글리를 친아들처럼 키워준 아빠 곰 발루는 그 아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를 알고 있었다. “여긴 네가 살 곳이 아니다. 인간의 마을로 돌아가렴.” 아빠 곰의 호소와 설득에도 끄떡 않던 모글리를 흔들어 놓은 것은 또래 여자아이와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야릇한 눈맞춤이었다. 그렇게 인간의 마을로 섞여 들어간 모글리는 그뒤 어떻게 됐을까. <정글북2>는 36년 만에 청해 듣는 ‘그 뒷얘기’다.

<정글북2>는 인간의 마을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는 한편 가슴에 ‘정글의 리듬’이 고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모글리의 정체성 혼란을 주된 이야기축으로 삼는다. 몸은 정글을 떠나왔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었던 모글리의 갈등은, 정글로 통하는 “강을 건너지 마라”라는 양아버지의 엄명과 “인간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아빠 곰의 회유 사이에서 깊어간다. 그 둘 모두가 모글리에겐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에 더더욱. 물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이 예비돼 있긴 하다.

모글리와 발루를 비롯, 지혜롭고 의젓한 흑표범 바키라, 사악한 호랑이 쉬어칸, 최면술이 특기인 보아뱀 카아, 코끼리 부대의 리더 하티, 수다스런 독수리 4총사 등이 전편에 이어 등장하며, 새로운 캐릭터로 모글리의 여자친구 샤틴과 동생 란잔이 활약을 펼친다. 액션이 지루할 만하면 뮤지컬 시퀀스가 끼어드는데, 특히 1편에서 발루와 모글리가 함께 부르던 정겨운 노래 <Bare Necessity>를 다시 들을 수 있다. 모글리가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정글 리듬>, 모글리와 상봉한 발루가 숲 속 파티에서 부르는 <와일드> 등의 신곡이 이끄는 뮤지컬 시퀀스도 흥겹다. 그러나 <정글북2>의 결정적인 결함은 극의 긴장감이 부족한데다, 시각적으로 그리 새롭지 못하다는 것. 디즈니텔레비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태어난 이 작품은, 월트 디즈니가 직접 매만진 마지막 작품 <정글북>(1967)을 넘어설 야심이 처음부터 없었던 듯하다.

<정글북2>는 목소리 출연진이 화려한 편이다. 정글 보이 모글리는 <식스 센스>와 <A.I.>의 영민한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목소리를 얻었고, 아빠 곰 발루는 푸짐한 몸매, 후덕한 인상의 코미디언 존 굿맨이 연기했다. 쉬어칸을 약올리는 수다쟁이 독수리 럭키의 목소리는 뮤지션 필 콜린스가 맡았다.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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