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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장애인

친애하는 Y에게 ‘근하신년’ 메일을 보냈다. “복 많이 받아라. 여기에 첨부한 비디오 리스트는 형님이 주는 설 선물이다. 로또는 잊어라. 이것이 ‘인생대역전’이다!” 다음날 Y가 전화를 해서 대체 그 비디오 리스트가 어디서 났냐고 물었다. 그 리스트는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청음회관의 시청각제작 담당자인 B로부터 받은 것으로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 리스트였다. B는 한국영화 DVD에 한글자막이 들어가면서 청각장애인에게도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몇주 전의 칼럼을 읽고 우군을 만났다는 격려 메일과 함께 리스트를 첨부해 보냈었다. Y는 무려 300편에 달하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에 감동을 먹었는지 B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B가 96년부터 작성한 이 비디오 리스트는 비디오숍에 있는 영화만이 아니라 장애인영화제, 인디포럼 상영작, 부산국제영화제, 인권영화제, 애니메이션, 청소년영화제, 여성영화제 출품작까지 아우른 것으로 누구라도 리스트 자체에 감동을 받을 만하다. 나는 <오아시스>를 본 뒤 영화에 나타난 장애인의 이미지를 주제로 글을 쓸 요량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본 일이 있다. 국내의 제일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 cinemadb.co.kr에서 ‘장애인’을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는 영화는 21편.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com에서 disability와 disabilities로 검색할 수 있는 영화는 실망스럽게도 단 10편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내 DB의 검색결과가 더 좋은 이유는 ‘장애인’ 항목을 별도의 검색 키워드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Y는 <오아시스>와 <아이 엠 샘>을 보고 영화에 나타난 장애인 이미지를 주제로 글을 쓰려고 검색을 해 본 것이었는데 리스트가 너무 적어서 적잖이 실망했다고 했다. 거대 검색사이트가 B의 리스트를 역전시키는 날은 올 것인가? 이지윤/ 비디오 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