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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분량,자그마치 18만자!<블루> 촬영감독 최지열
심지현 2003-02-19

반공영화가 아닌 일반영화로서는 최초로 해군의 지원을 받으며 무려 1년6개월의 긴 촬영 끝에 모습을 드러낸 <블루>는 예상했던 우려와 달리 탄탄한 멜로드라마의 축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심해 촬영기법으로 신선한 느낌을 던져준다. 지난 2월7일 개봉 이후 입소문도 꽤 좋은 편이다. 최초의 해양블록버스터라고 하기에는 <유령>의 그림자가 자못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가 여러 측면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연기와 훨씬 리얼해진 심해장면,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무게감을 떨쳐내는 야들야들한 멜로가 관객의 마음을 푸근히 녹여내는 덕이다.

무려 18만자라는 어마어마한 촬영분량을 자랑하는 이 영화의 촬영감독인 최지열(41)씨는 애초에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낸 김해곤씨의 시나리오에 반해 카메라를 들었다. 해양영화니만큼 전체적인 색감을 다양한 블루톤(시커먼 빛을 띤 코발트 블루에서부터 투명한 스카이 블루, 오션 블루, 민트 블루, 네이비 블루까지)으로 정하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스모그와 조명만을 사용하던 종전의 드라이 포 웻 기법에다, 수영장을 이용한 실제 수중촬영을 감행하기로 했다.

<블루>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무려 4년. 그러나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준비과정이 또 만만치 않았다. 수중촬영을 위해 가로 세로 각각 25m, 깊이 5m의 수영장에 2t이 넘는 자갈과 모래가 깔렸고, 특수 발포폴리스티렌으로 성형해 200kg 가까이 되는 해산(海山)을 십몇개 설치하는 기간은 불과 일주일이었다. 배우건 스탭이건 팔을 걷어붙이고 도운 결과였다. 분장을 맡은 스탭은 자갈과 모래를 닦는(깨끗한 물 속 촬영을 위해) 과정만 일주일 내내 하면서, “도대체 분장은 언제 하냐”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그렇게 세팅된 수영장 가장자리는 온통 블루매트로 덮여 자연스런 심해장면을 연출할 배경 CG로 처리됐다. 실제 해군해난구조대(SSU)의 경우 수심 50m는 너끈히 잠수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5m만 들어가도 숨쉬는 데 지장을 겪게 된다. 최지열 촬영감독은 배우들을 채근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배우들이 산소통을 대여섯개씩 바꿔가며 열성적으로 촬영에 임해 현장에서의 노고를 조금은 덜어주었다. 잠수장면을 찍으며 자잘한 부상과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던 점도 최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촬영지는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 앞바다와 양수리 세트장에서 주로 이뤄졌다. 진해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잠수정에 놀라기도 했다고.

나름대로 힘을 주고 싶은 장면, 살리고 싶은 장면이 많았지만, 워낙 멜로로 방향을 확고히 정한 이 감독의 원칙에 따라 상당한 바다장면이 잘려나간 점이 아쉬웠던 최 감독은, 그러나 후속작 <나비>에서 평소 원하던 사극 촬영의 묘미에 푹 빠진 상태다.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봐서 걸출한 작품 하나 탄생할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최 감독의 차기작 <나비>는 과연 어떤 빛깔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프로필

→ 1962년생

→ <은행나무 침대> <지상만가>

→ <와이키키 브라더스> <블루>의 촬영감독

→ 현재 <나비> 촬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