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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광고의 대명사,맥도날드·롯데리아 광고

제작연도 2003년 광고주 한국맥도날드대행사 레오버넷

제작연도 2003년광고주 롯데리아 대행사 대홍기획 제작사 리틀쥬(감독 이지형)

코미디와 개그의 차이?

유머감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으로서는 웃길 수 있는 주체 모두가 경원의 대상이다. <개그콘서트>의 갈갈이와 옥동자와 노통장이 신기하고, 코믹연기 능숙한 배우가 감탄스러우며, 코믹물이라 통칭되는 모든 것을 만드는 이들이 부럽다.그러나 웃기려는 것 같은데 추운 바람만 몰고오는 것에는 얄밉게도 가차없는 경멸을 보낸다. 노력이 가상하다며 이해의 박수를 보낸다든지, 내 웃음이 인색한 것 아니었나라고 반문하지 않는다. 웃기는 자는 칭찬받을 만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무시받아 마땅하다는 식이다.

‘똑딱, 똑딱’ 몇번이면 끝나는 시간 안에 웃기면서 소비자의 지갑을 자극하는 CF를 만들기란 여간한 배짱으론 엄두내지 못할 일 같다. 그럼에도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CF는 줄기차게 웃음포를 장전해 ‘이번에도 나 웃겨요?’를 묻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매번 어이없는 실소나 무표정의 반응을 자아낸 적은 없었다.특히 예전에 이 지면에서 단독으로 소개한 바 있듯이 맥도날드 CF는 품질 좋은 유머광고의 대명사다. 지난해에 ‘살인미소’ 신구 선생의 벌침 같은 한마디로 대단한 반향을 낳은 롯데리아 광고도 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탄생한 신규 CF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눈길을 끈다. 그런데 웃음의 방식에는 약간 차이가 난다.얼마 전 맥도날드 CF는 탄생 15주년을 기념하는 기업PR성 광고에서 모든 점원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강조하며 그냥 맥도날드가 아니라 한국맥도날드임을 강조했다. 반미정서를 고려한 다국적 브랜드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맥사사’(맥도날드 광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국’자에 유난히 힘을 주며 반미의 파편을 맞지 않겠다고 속내를 까발린 게 못내 아쉬웠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고 깔끔하게 ‘스마일’ 표시를 낳는 방식이 이 CF의 강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맥햄버거’ 및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프로모션을 알리기 위해 돌아온 이번 CF는 뾰로통한 이전의 반응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있다.모델이 없다. 화면에는 햄버거만 덩그러니 등장한다. 빵와 빵 사이에 얼마만큼 푸짐한 내용물이 들어가는지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몹시 간단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비범함은 빅맥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에 있다. 내레이터는 노무현 대통령. 엄밀하게 말해 ‘노짱’의 화법을 흉내내는 배칠수다.

“양상추 위에 치즈 맞습니까, 고기 위에 빵 맞지요. 사실 이대로도 훌륭합니다만은, 빅~맥 아니겠습니까? (좀더 빠른 템포로) 다시 양상추, 피클, 고기 계속 얹어줍니다. (다시 정상 빠르기로) 심하게 큰 거 알고 있습니다. 하나 더 주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 하겠습니까.”

햄버거와 대통령의 만남이 이채롭다.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배칠수는 ‘노통장’ 김상태와 달리 전혀 ‘오버’없이 침착한 말투를 구사하는 게 특징. 빵, 고기 등이 팬터마임의 주인공처럼 소리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튀겠다는 과욕없이 감칠맛나게 청각을 책임지고 있다. 영상 전개와 말의 리듬이 아귀가 딱 맞게 흘러가는 것도 돋보인다. 똑같은 영상에 배칠수가 배철수 목소리로 해설하는 버전도 있는데 이것 역시 개운한 미소를 끌어내기는 마찬가지다.

건방진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성대모사를 1차원적인 잡기 같은 코미디라 생각했다. 온갖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수, 개그맨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이 개인기를 뽐내며 ‘우격다짐’식 웃음을 강요하는 것이 심드렁했다.그러나 아메바처럼 자유자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넘나드는 이 능숙한 내레이터는 너무 태연하게 원조처럼 굴며 작위적 장치의 냄새를 없애고 있다.덕분에 한국의 대통령이 외산 브랜드를 자랑한다는 이 CF의 대담한 발상은 미워할 수 없는 발칙함으로 다가가고 있다.

신구, 노주현을 통해 ‘중견 연기자, 코믹하게 망가지다’ 시리즈에 재미를 톡톡히 맛본 롯데리아 CF는 이번엔 김애경-선우용녀를 여성버디로 내세웠다.

감자를 썰고 있는 김애경과 통감자를 만지는 선우용녀가 책읽는 말투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감자는 왜 써나?”(용녀) “우리는 삼대째 썰고 있다네.”(애경) “요즘 감자는 통이라던데.”(용녀) “통? 통 뭔 소린지.”(애경) 통감자 제품을 알리기 위해 ‘통’이란 말로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다. 다소 연기력이 부자연스러운 구석은 있지만 아주 썰렁하진 않다. 경품으로 내건 세탁기를 만지작거리며 김애경이 콧소리로 ‘롯데리아’를 외치는 것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통 뭔 소린지’를 따라하며 웃는 시청자가 많다고 하니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신구 선생처럼 이들이 뒷통수를 치는 짜릿함은 없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듯 단순하게 웃기고 만다.

두 광고 공히 웃음 유발의 장치로 요즘 가장 유행하는 성대모사와 말장난을 활용했다. 그러나 재가공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현한 것은 전자다. 왕창 웃기고 싱겁게 떠나는 개그와 달리 코미디가 음미하고 싶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라면 적어도 전자가 그것에 더 근접한 것 같다.조재원/ <스포츠 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