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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청춘의 아이콘을 벗고, <무사>의 정우성

미모의 배우에게 때로 미모는 독이 된다. 그래서 정우성은 톰 크루즈보다 브래드 피트를 좋아하는 건 아닐까? 톰 크루즈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좋아하는 배우는 브래드 피트라는 이 미청년은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준 미모가 이젠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안다. 그래서 망가지는 역할을 자청해온 브래드 피트를 닮고 싶다는 그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숙명적으로 눈부시다. 새하얀 빛의 한가운데서 개구쟁이처럼 얼굴을 찡그리거나 아도니스처럼 미소를 짓거나 돈 후안처럼 윙크를 날리면서 그는 철저히 프로였다. 미소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알았고 세팅과 분장과 조명과 사람들로 어수선한 스튜디오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위에 혼란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건만. 다만 잠시 쉬면서 소파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 불 쪽으로 아주 조금 고개를 숙이는 한순간, 외로워보였다.

지금 호주에서 후반작업중인 김성수 감독의 신작 <무사>에서 정우성이 맡은 역은 사노비였다가 해방된 무사 여솔. 그러나 사막의 황톳빛 모래바람 맞으며 검은 머리칼 휘날리던 여솔의 모습은 벌써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촬영현장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엔 짐짓 근엄하게 “이건 나의 일이에요. 재미있었나 고생했나, 이런 건 중요하지 않죠.” <무사> 촬영중 다리를 다쳤고 그래도 촬영을 강행하다 연골이 찢어졌다. 배우로서 몸 관리를 못한 건 아니냐고 공격했더니 날카로운 반격이 돌아왔다. “아니요, 자기 관리 잘한 거예요. 이건 내가 택한 작품이고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보여줘야 해요. 만약 다리를 영영 못 쓰게 됐다면 그건 운명이니까 받아들여야죠.”

스무살이 되어서야 소리내서 웃는 법을 배웠다는 정우성. 그건 그가 택한 삶의 방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들과 달랐던 10대 시절. 고교 중퇴라는 학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얽매이고 싶진 않았다. 자유는 소중하니까. 그러나 영화가 그를 찾지 않자 그가 영화를 찾아갔다. 공개 오디션을 거쳐 <구미호>에 캐스팅되었고, <비트> <태양은 없다> <유령> <러브>까지 한두해에 작품 한편, 조금 긴 호흡으로 7년을 지나왔다. 비가 내리면 무작정 좋고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듣기 위해 음악을 끄는 남자. 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는 길에서 문득 눈부신 조명을 받았고 그 조명 속에서 보낸 7년. 그리고 청년에서 남자로, 청춘의 아이콘에서 진정한 배우로의 전환점에 섰다. <비트>의 민이든, <유령>의 이찬석이든, <무사>의 여솔이든 아직은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를 발견하지 못했다지만 그는 여전히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젠간 메가폰을 들고 자신이 쓴 시나리오와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로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칭호 | <비트>가 제시한 또래의 갈등이 관객에게 어필했고 십대가 동일시했기 때문이겠지. 내가 지나온 그 시절의 반항, 외로움, 고독 같은 것. 십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현실의 아이들에겐 가장 소외된 시간 아닌가. 그러나 그 나이 때의 감성을 좋아한다. 지금은 그립다. 언젠가 <비트>를 대신할 영화가 나오면 누군가 나를 대신하겠지.

10대에서 20대로, 그리고 서른살 | 그냥 정우성이다. 난 운이 좋았다. 아직은 나를 더 보여줄 기회가 있으니까. 세상에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스러져간 배우가 얼마나 많은가. 단명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러나 서른살은 ‘남자’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나이일 것 같다. 그러나 서른이 되면...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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