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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를 배제한 날것의 액션,<언디스퓨티드>
황혜림 2003-03-05

■ Story

헤비급 세계 챔피언 제임스 ‘아이스맨’ 체임버(빙 레임즈)는 강간죄로 스위트워터 교도소에 수감된다. 무적의 챔피언임을 자부하지만, 10년 동안 교도소간 권투 시합에서 68전 전승을 기록했다는 먼로 허친(웨슬리 스나입스)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아이스맨. 캘리포니아주 챔피언 출신인 먼로는 아내의 외도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무기징역수다. 교도소 내 실세이자 권투 팬인 거물급 마피아 멘디(피터 포크)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한판 승부에 나선다.

■ Review

<언디스퓨티드>는 제목대로, “논란의 여지 없는” 일인자의 월계관을 놓고 한 치 양보없는 승부를 펼치는 두 싸움꾼에 대한 영화다. 장르와 종목을 불문하고,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두 맞수의 조우는 늘 구미가 당기는 포석. 더구나 거친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밑바닥 인생들의 사회인 교도소, “심판도 없이, 6온스의 글러브로”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치고받는 권투시합이란 설정은 동물적인 에너지의 ‘남자영화’를 기대하게 한다.

아니나다를까, 영화는 육중한 주먹의 스펙터클로 문을 연다. 동물 우리 같은 철창 안의 링, 사내들의 우악스런 함성 속에서 먼로는 100kg이 넘는 거구의 상대를 쓰러뜨린다. 랩 음악의 스크래치를 따라잡을 만큼 빠르게 흔들리는 카메라, 검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으로 날렵하게 움직이며 묵직한 펀치를 날리는

웨슬리 스나입스. 특수효과가 승한 요즘 할리우드 액션과 달리 몸과 몸이 부딪치는 날것의 액션에 대한 애착이, <언디스퓨티드>의 동력이다.

문제는 그 이후의 기다림. 교도소 내 패거리들을 제압하는 아이스맨의 싸움, 두 복서와 멘디의 흑백 플래시백 속 시합 같은 잽이 있지만, 결정적인 스트레이트 한방이 너무 늦게 터진다. 두 주인공이 시합에 동의한 뒤 ‘47일 전’이란 자막이 뜨는 순간은 아무래도 맥이 풀리지 않을 수 없다. 감옥영화에서 보는 재소자들간의 시비와 권투영화의 트레이닝 장면을 교차시키면서, 영화는 밋밋하고 우직하게 마지막 대결의 결말로 직진한다.

필요 이상으로 자주 감방의 위치나 인물들의 이력을 알리는 자막, 타이슨을 연상케 하는 아이스맨의 강간사건을 늘어놓는 구성도 긴장을 늦추는 요소. 1975년의 데뷔작 <투쟁의 그늘>부터 <라스트 맨 스탠딩> 등 월터 힐은 남성적인 액션의 감수성을 아는 감독이지만, 이야기의 리듬을 밀고 당기는 힘이 아쉽다. 어쨌든 5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는, 스나입스와 빙 레임즈의 몸을 던진 액션과 함께 미국에서 12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황혜림 blaue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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