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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탈리아 국민 배우 알베르토 소르디(Alberto Sordi) 사망

지난 2월25일 이탈리아는 사랑하는 배우를 잃었다. 알베르토 소르디. 이탈리아의 국민배우인 알베르토 소르디는 오랜 투병 끝에 로마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2살. 25일 이탈리아 매스컴은 일제히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이탈리아 국민들은 추모식이 진행되는 로마 시청 앞 광장에 모여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탈리아영화의 상징적 인물일 뿐 아니라 서민들의 친근한 벗이었던 그를 잃은 이탈리아의 슬픔은 깊고 컸다. 60년 이상의 배우 경력, 200여편이 넘는 출연작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그는 쉴새없이 웃음과 감동을 주며 국민배우로 사랑받았다. 80살 생일에는 로마 시민들의 추대로 일일 로마 시장이라는 선물을 받기도 했다.

1920년 로마에서 오페라 연주자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난 알베르토 소르디는 어릴 적부터 연극과 노래 등에 재능을 보였지만, 심한 로마 사투리 때문에 밀라노 연극학교에서 중도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1930년대 말 앤서니 퀸 전담 성우로서 주목받았지만, 영화배우로 인정받게 된 것은 1950년 <세상에, 이런…>(Mamma mia che impressione)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부터. 페데리코 펠리니의 <황소>(Vitellone)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고, 1954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마의 미국인> (un Americano a Roma)으로 미국에도 그 이름을 알리게 된다.

5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그의 영화 출연작은 셀 수 없이 많아지고, 그 출연편수만큼 인기도 상승세를 타게 된다. 펠리니, 에토레 스콜라 등 이탈리아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르디는 1980년대에 국내외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1985년 뉴욕에서는 ‘알베르토 소르디- Maestro of Italian comedy’라는 테마로 회고전을 열어 대표작을 상영했고,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게 된다. 최고의 배우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스캔들이겠지만, 그는 자신의 개인생활에 매우 민감해 전혀 밝히질 않았다. 단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채 영화에만 헌신하였고, 관객은 그런 그의 사랑을 극장에서 박수로 보답하였다.

오랜 시간 투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병색을 감추고 베니스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예정없이 찾아와 자신의 역사책과 같은 경험담을 풀어놓아 관객에게 항상 환영받는 배우였다. 그의 장례식에는 영화계 인사들뿐 아니라 정치가, 그리고 대통령까지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