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사실적이지만 아쉬운 장르적 완성도,<리크루트>

■ Story

MIT를 졸업한 제임스 클레이튼(콜린 패럴)은 CIA의 요원 선발관 월터 버크(알 파치노)를 만난다. 너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스파이가 되어야 할 사람, 이라는 말을 들은 클레이튼은 시험에 응시한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사육장’이라 불리는 첩보요원 훈련소로 향한다. 누구도 믿지 말고 보이는 것도 믿지 말라는 수칙을 따르며 미행, 도청, 격투술 등 스파이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하나둘 배워간다. 클레이튼은 여성 동료인 레일라(브리짓 모나한)와 사랑에 빠지지만 훈련은 그들의 사랑까지 이용한다. 클레이튼은 버크의 각별한 관심 속에 훈련을 마치고, 버크에게 CIA 내부의 이중 스파이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 Review

누구도 믿지 마라. 곤경에 처한 동료를 도와주려던 클레이튼은 뒤통수를 맞는다. 동료의 임무는 클레이튼의 임무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클레이튼을 미행하고 납치한다. 이것은 훈련의 하나인가, 아니면 누군가 CIA 훈련소를 염탐하려는 술책인가. 한눈에 판단할 방법은 없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이 직접 단서를 찾는 것뿐이다. 클레이튼이 CIA에 지원한 이유 하나는, 아버지의 의문사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버크는 클레이튼의 아버지가 비밀임무에서 희생되었다는 암시를 준다. 그 답을 찾기 위해 클레이튼은 CIA에 지원한다.

아마도 아버지가 거쳤을 과정을 반복하지만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 모든 것은 거짓이고, 모든 것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리크루트>는 CIA의 첩보요원을 양성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작자인 로저 번바움은 ‘CIA는 첩보요원들을 어떤 식으로 선발하고 교육시킬까’라는 질문에서 <리크루트>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CIA는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현직 대변인인 체이스 브랜든을 <리크루트>의 자문 역할로 참가시켰다. 그 덕에 <리크루트>는 가장 사실에 가깝게 CIA를 그려냈다고 한다. 선발관은 경찰이나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발굴한다. <리크루트>의 선발과정도 사육장의 훈련과정도 지금까지의 어떤 영화 이상으로 실제와 가깝다.

하지만 사실과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리크루트>는 첩보요원 선발과 훈련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첩보원의 세계는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계속 뒤집고, 의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정한 곳이다. <리크루트>는 훈련과정에서 그런 금언들을 실감하게 만들다가, 막상 실전에 들어가서는 선과 악으로 모든 것을 분명하게 가르고 만다.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긴장감을 끌어내는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는 악의 패배라는 공식으로 허무하게 끝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콜린 패럴, <코요테 어글리>의 브리짓 모나한은 좋았지만 알 파치노의 우렁찬 연설은 좀 지겹게 들린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