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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vs 한니발?
2001-05-02

<한니발> 속편 제작을 둘러싼 소문과 진실

이철민 |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침묵은 깨질 것이다’(The Silence will be broken)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10여년 만에 찾아온 <한니발>

속에서 렉터 박사는 좀더 악마적인 살인마로 변신해 있었다.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아니라 영화 속의 캐릭터 렉터 박사를 추앙하는 수많은 홈페이지들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그 살인마 렉터 박사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베트맨>에서 포스트모던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 조커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 다스 몰처럼 가끔 악역이 선한 주인공들만큼이나 인기를 끈 경우는

있었지만, 렉터 박사같이 주인공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실제로 조디 포스터가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니발>이 대중에게 아무런 저항없이 <양들의 침묵>의 후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한 렉터 박사가 사실상 이 시리즈의 주인공임을 드러내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시리즈로

계속 출간·제작될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더더욱 힘을 실어가게 마련인 대중소설과 영화의 특성을 <한니발>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렉터 박사가 막강한 인기를 가지게 된 것을 가장 기뻐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선 속편 소설을 아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게

된 토마스 해리스가 있을 것이고, 그렇게 산 판권으로 영화를 제작해 안정적으로 큰 돈을 벌고 있는 프로듀서 디노 드 로렌티스가 있을 것이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연기 경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최근 <한니발>의 속편을 두고 몇 차례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어왔다. 그 발단은

<한니발>의 제작이 마무리될 무렵, 제작자 디노가 <한니발>의 속편을 구상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속편의 가능성이 공식석상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였다. 앤서니 홉킨스도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디노가 <한니발>의

다음 작품으로 <양들의 침묵>의 전편에 해당하는 소설 <레드 드래곤>을 리메이크할 것이라고 밝혔던 것. <레드 드래곤>은

렉터 박사가 처음 등장한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로 이미 1986년 마이클 만 감독에 의해 <맨헌터>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 그때의

제작자는 다름 아닌 바로 디노였다.

디노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렉터 박사라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살리고 싶긴 하지만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을 기다리는

데 또다른 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얼마 뒤 한 인터뷰에서 디노는 <레드 드래곤>을 리메이크할 경우, 원작소설이나

<맨헌터>에서와는 달리 렉터 박사의 비중을 높일 예정이며 동시에 앤서니 홉킨스의 얼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 젊은 렉터 박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검토중이라고까지 밝혔다. 당시만 해도 그의 이런 아이디어에 앤서니 홉킨스는 물론 토마스 해리스도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레드 드래곤>의 제작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한 TV쇼에 출연한 앤서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의 전편으로서

<레드 드래곤>을 리메이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렉터 박사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말을 한 것. 그리곤 다른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대신해 젊은 렉터 박사로 주드 로가 거론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까지 하면서 상황은 점차 갈등구조로 변하게

된다. 특히 앤서니 홉킨스가 리메이크보다는 새로운 작품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속편의 아이디어를

디노와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전달했다는 기사까지 인터넷웹진 ‘다크 호라이즌’을 통해 공개되면서 <한니발>의 속편은 점차 미궁에 빠져들게

된다.

문제는 디노의 경우 <양들의 침묵>의 각색을 담당했던 테드 탈리를 통해 <레드 드래곤>을 재각색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토마스 해리스의 경우 <레드 드래곤>이 영화화되는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니발>의 속편을 쓸 예정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앤서니 홉킨스의 발언은 이들의 계획을 모두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 그러나 앤서니 홉킨스가 절실히 필요할 수밖에 없는 디노는 그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헨티나 방송사와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계획을 수정해 ‘속편과 전편을 모두 제작하는 것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혀

앤서니 홉킨스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는 전편 <레드 드래곤>의 경우 앤서니 홉킨스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것이지만 주드

로를 기용하는 문제는 논의된 바 없음을 강조했고, 속편의 경우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을 기다리지 않고 별도의 작가를 기용해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리들리 스콧에게 감독을, 앤서니 홉킨스에게 한니발 역을 맡기기로 확정한 상태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당연히 디노의 이런 변심에 토마스 해리스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이번엔 두 사람간에 긴장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게 된다.

여하튼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돼온 <한니발>의 속편과 관련된 소문은, 디노와 앤서니 홉킨스가 전편의 아이디어와 속편의 아이디어를 절묘하게

섞은 제3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지난 4월21일 ‘다크 호라이즌’을 통해 공개된 이후로는 잠잠해진

상황이다. 과연 어떤 속편이 나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공이 많아진 상황이라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한니발> 공식 홈페이지 http://www.mgm.com/hannibal

▶ <한니발> 비공식 홈페이지 http://www.doctorhannibal.cjb.net/

▶ 앤서니 홉킨스 팬페이지 - <한니발 페이지>

http://www.geocities.com/anthonyhopkins_ah/pages/hanniba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