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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시, 애니메이션의 세계수도
2001-05-02

앙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앙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오는 6월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프랑스의 소도시 앙시에서

열린다. 그동안 2년제로 열리다가 지난해부터 매년 개최하는 방식으로 바뀐 앙시페스티벌은 규모나 상영되는 작품의 질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히로시마나 오타와 페스티벌이 작가 중심의 조금은 배타적인 성격이 짙은 행사라면, 앙시는 페스티벌 외에 견본시,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국제모임인 ASIFA가 주제하는 학술회의 등이 열리는 ‘종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 앙시페스티벌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행사로는 ‘영국 애니메이션 특집’과 ‘알렉산더 알렉세이예프’ 특집을 들 수 있다. 최근 들어 국제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 애니메이션의 70년에 걸친 발자취를 둘러보는 회고전에서는 최근 국내에 비디오로도 출시된 <톰 섬의

비밀 모험>을 비롯해 <미스터 파스칼> 등 영국 애니메이션의 특색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실 그동안 히로시마페스티벌은 물론 한국에서도 영국 애니메이션 특별전이 열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 특별전은 앙시의 명성에 비해 오히려 너무

늦은 감도 없지 않다. 미국과 일본 양강 체제의 산업 구도에서 영국 애니메이션이 탄탄한 지원체제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특별전은 그래도 반갑다.

알렉산더 알렉세이예프는 전에 이 지면에서 ‘핀 스크린’ 기법을 소개할 때 한번 언급했던 작가이다. 그는 치열한 장인정신과 인내가 없이는

만들기 힘든 ‘핀 스크린’ 기법을 개발한 주인공이자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핀 스크린’의 대가 자크 드뤼엥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코> <민둥산의 하룻밤> 등 그의 대표작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번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드림웍스의 <슈렉>이 상징하듯 현대 애니메이션의 중심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계화와 자동화가 불가능한 고답스런 ‘핀 스크린’의 선구자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발달 속에서 작가의 창의력과 메시지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성능과 자본력이 우선시되는

요즘 분위기에서 알렉세이예프의 고집스런 장인정신을 되짚어보는 의미는 각별하다.

영국 애니메이션 특집에 맞춰 전시 공간에서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전시회가 열린다. 그동안 아드만의 세트나 캐릭터의 전시회는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몇번 열린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클레이메이션 블록버스터 <치킨 런>의 세트와 최근 장편 제작에 들어간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세트도 공개될 예정이어서 기대가 된다. 또 단편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폴리마지’의 이미지 전시회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경쟁부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는 빌 플림턴의 신작 <돌연변이 외계인>이 장편부문에 출품된

것. 이 밖에 올해 가장 화제가 된 미카엘 두독 드 비트의 <아빠와 딸>, 스테판 타시의 <리모델링>, 피터 도드의

<블링크>, 요나스 라에버의 <크레도> 등이 경쟁부문에 올라 있다.

한편, 행사기간 내내 열리는 학술회의에서는 애니메이션의 테크닉부터 멀티미디어와의 만남, 쌍방향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토론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광고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토론. ‘위험한 관계’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