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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자유롭게,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김현정 2003-03-25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개막작은 박광수 등 여섯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4월25일부터 5월4일까지 열리는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170여편의 상영작을 발표했다. 3월20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전주영화제가 마니아 중심으로 흘렀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성과 실험성,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남아프리카와 브라질, 멕시코 등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폭넓은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모토는 ‘자유, 독립, 소통’.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다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메인상영관을 옮긴 전주영화제는 좀더 많은 관객과 자유롭게 만나는 영화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으로 막을 연다. 인권을 주제로 여섯명의 감독이 단편을 만든 이 프로젝트에 이어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할 폐막작은 <파 프롬 헤븐>. <벨벳 골드마인>의 토드 헤인즈가 연출한 이 영화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혼란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각본상 등 네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은 작품 수를 줄인 대신 젊은 작가 위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앙아시아까지 그 파장을 확대했다. 민병훈 감독과 <벌이 날다>를 공동연출한 타지키스탄 감독 잠셋 우스마노프의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 <원더풀 라이프>의 조연 이세야 유스케의 연출작 <카쿠토>가 찾아온다. 어일선 감독의 <플라스틱 트리>는 이 부문의 유일한 한국영화다. 또 하나의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은 전주영화제가 1회부터 고집해온 대안을 제시하는 부문. <키즈>의 콤비 래리 클락과 하모니 코린이 다시 만난 <켄 파크>와 기타노 다케시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아사쿠사 키드>가 눈에 띈다. <그랑 블루>의 배우 장 마르크 바는 전주영화제에 초청됐던 <연인들> <육체의 향연>에 이어 ‘자유 삼부작’ 마지막 작품인 <존재의 가벼움>을 보내왔다.

낯선 이름이 많은 전주에서 ‘시네마 스케이프’는 비교적 친숙한 부문일 것이다. 이란 이혼여성의 문제를 10가지 시퀀스로 직시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텐>, 카를로스 사우라가 성경의 이야기를 각색한 <살로메>, 리오의 빈민가 소년들을 캐스팅해 만든 칸영화제 초청작 <시티 오브 갓>이 현재 영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필름메이커스 포럼’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한 전주영화제가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감독과 작가, 촬영감독, 편집기사 등 영화를 만드는 사람 각각을 조명할 이 프로그램은 올해 감독을 대상으로 택했다. 아이러니한 코미디를 만들어온 프랑스 여성감독 로랑스 페레이르 바르보사와 극영화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진실을 탐구하는 중국 여성감독 닝잉이 올해 각각 세편의 영화와 함께 전주를 찾는다.

오마주와 특별전, 심야상영은 전주영화제가 매년 공들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에 이어 올해 준비한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을 찾은 <경계도시> 등 정치적 시선이 강하거나 독창적인 실험을 시도한 작품들을 ‘다큐멘터리, 오늘’에 초청했고, 미나마타 투쟁에 참여한 쓰치모토 노리아키 회고전과 회화적이고 철학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장 클로드 루소 특별전이 뒤를 받친다. ‘7인의 다큐기행’은 마틴 스코시즈의 <나의 이탈리아 여행>, 존 휴스턴의 <산 피에트로 전투> 등 극영화 감독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상영해 특별한 경험을 줄 것이다.

전주의 밤을 밝힐 ‘전주 불면의 밤’은 <섀프트>의 원작이 포함된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영화 4편, 일본 뉴웨이브의 숨은 혁명아 하니 스스무의 대표작인 <불량소년> <첫사랑-지옥편> 등 3편, 잔인하지 않으나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드는 래리 페센덴의 <노텔링> 등 공포 삼부작, 동일한 배우를 캐스팅해 동시에 제작하고 한꺼번에 개봉한 독특한 형식의 프랑스영화 <트릴로지> 등으로 밤을 지새울 예정.

지난해 파졸리니에 이은 오마주의 주인공은 브라질 시네마 노보의 기수 글라우버 로샤다. 43년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가장 논쟁적이고 영향력 있는 감독으로 손꼽혔던 글라우버 로샤는 브라질사회에 밀착해 ‘굶주림과 폭력의 미학’을 창시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 중 <검은 신, 하얀 악마> <고뇌하는 땅> <안토니오 다스 모르테스>가 상영된다. 이 밖에 음악과 영화를 결합하는 ‘소니마주’는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무성영화 <잔다르크의 수난> <흡혈귀>를 악보없이 연주하는 프리뮤직과 함께 상영한다. 전주영화제가 1회부터 꾸준하게 실험해온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도 역시 바흐만 고바디와 아오야마 신지, 박기용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개막작 은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진은 임순례 감독 작품(왼쪽) 폐막작으로는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이 선정되었다.(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