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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전7패의 쌀집

재심 끝에 또다시 상영금지 처분 받은 <대홍미점>

7년 만에 상영허가를 받아 중국 주요 도시에서 시사회를 열며 개봉준비(3월28일 개봉예정이었다)에 한창이던 <대홍미점>(大鴻米店)이 국가영화국(電影局)으로부터 다시 한번 상영금지 처분을 받아 중국 영화계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대홍미점>은 <소오강호>(笑傲江湖)를 비롯한 수많은 TV연속극의 연출자로 널리 알려진 황지엔종(黃健中) 감독의 1996년 작품. <홍등>(大紅燈籠高高掛)의 원작소설 <처첩성군>(妻妾成群)의 작가로 알려진 수통(蘇童)의 소설 <쌀>(米)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수통의 소설은 장이모의 <홍등> 외에도 여성감독 리샤오홍(李少紅)에 의해 <홍분>(紅粉)이 영화화되는 등 중국 감독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문학 작품 중 하나이다.

두작품 모두 국내 평단의 지지는 물론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해외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 <대홍미점> 또한 원작소설 <쌀>의 뛰어난 완성도로 영화계와 문학계 인사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으로, 1995년 9월 크랭크인해 3개월의 촬영을 마치고 96년 초 일반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국의 심의 결과, 16개 부분의 수정 요청이 들어왔고 많은 부분의 수정을 원치 않았던 감독은 연속극 촬영의 바쁜 일정을 핑계로 5년간 작품을 방치하다가 최근 여섯 차례의 수정 끝에 재심에 통과했다. 재심 과정에서 쌀만으로 중요 부위를 가린 선정적인 정사신 등 대부분의 장면이 그대로 남게 되고, 아직 등급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중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성인영화’ 등급을 받는 등 여러모로 주목받는 작품이 되었다. 오랫동안 작품을 기다리던 평단과 관객은 이 작품을 2003년 기대작 중 한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영화국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공식적인 이유는 “영화국의 비준을 거치지 않은 몇몇 지역 극장으로의 배급과 지나친 광고로 인해 대중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수통 소설에 일관된 성악설(性惡說)을 상징하는 추악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을 두고 언론과 극장의 광고매체에서는 주인공의 파탄 과정 중 묘사되는 ‘폭력’, ‘탐욕’, ‘간통’, ‘근친상간’, ‘복수’ 등을 마치 영화의 전부인 양 과장하여 홍보한 것이 사실이긴 하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의 반응은 다르다. 이 영화가 의외로 ‘깨끗한 영화’였다는 것. <영웅> 이후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중국 극장가의 과대 홍보 열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그러들게 될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7년 만에 열리려 했던 ‘대홍미점’ 곳간 문이 언제 다시 열리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