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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굴레에 갇힌 휴머니즘,<태양의 눈물>

■ Story

종족간 분쟁으로 인종청소가 진행 중인 나이지리아, 해병 특수부대 워터스 중위(브루스 윌리스)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의사 리나(모니카 벨루치)를 구해오라는 임무를 받고 대원들과 출동한다. 그러나 정글의 교회에서 의료활동을 하던 리나는 이곳에 남아 있는 나이지리아 민간인들도 함께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워터스는 리나의 요구를 묵살하려 하지만 학살 현장을 목격한 뒤 마음을 바꿔 나이지리아인들을 카메룬 국경까지 호위하게 된다.

■ Review

<태양의 눈물>은 정글에서 벌어지는 <다이 하드>다.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워터스는 뉴욕의 형사 존 맥클레인이 그랬듯 민간인을 악당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또한 <태양의 눈물>은 나이지리아를 무대로 삼은 <블랙 호크 다운>이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범죄를 보다 못한 미군이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악몽 같은 전투가 시작된다. <태양의 눈물>은 최신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기도 하다. 미국 국적을 가진 여인 리나, 한 사람를 구하러 뛰어든 작전에서 미군 희생자가 여럿 발생한다.

그러나 분명 <태양의 눈물>은 <다이 하드>도, <블랙 호크 다운>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아니다. 그럴듯한 흉내를 낼 뿐 앞선 세 영화가 선점한 어떤 고지에도 깃발을 꽂지 못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호전적이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는 엔딩자막의 문구는 요즘처럼 현실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선 가슴에 와닿을 수가 없다. 마치 미군의 개입이 세계평화를 만든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태양의 눈물>이 그런 정치선동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미국인 한 사람을 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워터스가 명령을 어겨가면서 나이지리아 민간인들을 학살로부터 구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위험하지만 가치있는 일이라 믿는 일에 목숨을 바치는 군인들의 희생정신에 감흥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전투장면은 두번밖에 없는, 액션영화치고 아주 느린 리듬의 영화지만, 워터스 일행을 추적하는 적군과 언제 마주칠지 가슴졸이게 만드는 연출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태양의 눈물>은 몇 가지 결정적인 대목에서 작전지휘부를 잃어버린 군대처럼 우왕좌왕한다. 아무리 항공모함 함장이지만 중요한 통화를 굳이 비행기 소음이 심한 활주로에서 해야 하는지, 누워서 쏴도 적의 총탄을 피하기 힘들 텐데 용감하게 서서 총을 쏴야 하는지, 모니카 벨루치는 꼭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헤치고 있어야 하는지 등등.

무엇보다 납득이 안 되는 건 워터스가 왜 기수를 돌려 나이지리아 민간인을 구하려 했는지다. 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이유는 워터스를 영웅으로 만들고자함이지만 그로 인해 <태양의 눈물>이 주창하는 휴머니즘은 위선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이 영화처럼 너무 뚜렷한 선악구도는 늘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정치적인 시선을 피하려 해도 <태양의 눈물>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려는 미국의 판타지로 보인다. 기독교도를 학살하는 이슬람인에 맞선 브루스 윌리스의 전쟁, 아무리 영화지만 요즘 같은 때에 그걸 맘편히 보기란 불가능하다.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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