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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Review] <핫 칙>
김현정 2003-04-27

■ Story

예쁘고 인기있는 십대 소녀 제시카(레이첼 맥애덤스)는 아프리카 토산품을 파는 상점에서 귀고리 한쌍을 몰래 훔친다. 집에 돌아오는 도중, 제시카는 좀도둑 클라이브(롭 슈나이더)를 놀리다가 그 앞에 귀고리 한짝을 떨어뜨린다. 그날 밤 각자 귀고리를 걸고 잠든 제시카와 클라이브. 귀고리에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뒤바뀐 몸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다.

■ Review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소녀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난다. 졸업무도회와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3주가량 남겨놓은 어느 날, 머리가 벗겨져가는 못생긴 삼십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비극이지만, 영화 바깥으로 나오면 <스위치> <체인지>가 이미 써먹은 익숙한 설정. <핫 칙>은 그런 진부한 전제를 뒤엎기 위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쇼> 출신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를 동원해 기괴한 쇼를 보여주는 데 열중했다.

<애니멀>에서 이미 각종 동물의 특징을 한몸에 담은 남자를 연기한 적 있는 슈나이더는 낯두껍게도 조그만 티셔츠와 레이스 달린 잠옷을 입고 새침하고 깜찍한 몸짓을 날린다. 그걸 보고 웃을 수 있다면 <핫 칙>을 보기 위한 한 고비는 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나면 그뒤에 남아 있는 고개는 그리 많지 않다.

애덤 샌들러가 기획하고 <아빠 뭐하세요?> <심슨가족>의 작가 톰 브래디가 각본·감독을 맡은 영화답지 않게 <핫 칙>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순서를 모범생처럼 밟아간다. 모든 걸 가졌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잔인해질 수 있었던 소녀는 낙오자의 육체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된 친구들에게 구원의 천사처럼 다가간다. 뚱뚱한 아이를 끌어안고 마녀 취급하던 동급생을 위해 주먹싸움도 불사한다. 너무 착해진 나머지 가장 친했던 친구 에이프릴은 성긴 고수머리와 방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사랑을 느낄 정도다. 서로를 잘 아는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화학작용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뭔가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핫 칙>은 동성애의 암시가 조금만 들어 있어도 흠칫 뒤로 물러서는 도덕성을 고수한다.

20년 정도는 삭혀둔 것 같은 이 코미디가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애덤 샌들러가 몽롱한 가게 점원으로 등장하는 몇 장면, 그리고 로맨틱한 대사로 사랑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풋볼 선수가 “정말 게이 같다”고, 편협한 십대 문화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장면뿐이다. 사소한 약점이긴 해도 아프리카와 중동, 한국과 중국을 구분하지 못하는 제작진의 무지도 그리 유쾌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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