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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Review] <메이>
홍성남(평론가) 2003-05-03

■ Story

어려서 약시로 인해 ‘해적 안대’를 하고 다녔던 메이(안젤라 베티스)는 성년이 되도록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고독한 영혼이다. 마침내 그녀는 아담(제레미 시스토)이란 남자 친구를 갖는 듯하지만 메이의 ‘괴상한’ 면을 발견한 아담은 그녀를 멀리하게 된다. 낙심한 메이는 결국 자기만의 ‘잔혹한’ 방식으로 최고의 친구를 만들 계획에 착수한다.

■ Review

피를 철철 흘리는 한쪽 눈을 부여잡고 울고 있는 주인공 메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의 도입부 장면은, 앞으로 무언가 피로 얼룩진 참혹한 사건이 일어날 테니 우리에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이야기하는 일종의 예고와 같다. 그러나 영화는 90여분의 러닝타임 가운데 2/3 정도가 지나도록 가끔씩 슬쩍슬쩍 피 한 방울씩을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첫 장면에서 보았던 것 같은 굉장한 출혈은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고어 마니아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는 이런 식의 전개는 이 영화가 난도질만을 일삼는 호러영화는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후반부 1/3에서 일어나는 피의 축제에 이르기 전까지 <메이>가 꽤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어느 외로운 영혼의 절절한 외침이다. 어려서부터 친구없이 고독 속에서 살아왔던 메이는 이제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말고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짜 친구를 가질 것 같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아담이라는 건장한 청년과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폴리도 그녀와 ‘특별한 관계’를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메이의 바람과 달리 둘 가운데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메이만의 베스트 프렌드로 남으려 하는 사람은 없다. 바로 이때까지 영화는 마치 <캐리>의 여주인공과 자매지간인 듯한 메이의 희망과 절망을, 화면에 감정이 실린다고 해도 좋을 만큼 꼼꼼히 관찰한다. 그리고 메이가 결국 “친구가 없으면 만들면 되잖니”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잔혹하면서도 슬픈 유혈극으로 궤도를 바꾼다.

비유하자면, <캐리>와 <프랑켄슈타인>을 결합한 호러판 <판타스틱 소녀백서>와 같은 영화인 <메이>는 그래서 영화 속에서 주인공 메이를 두고 자주 하는 말처럼 ‘괴상해’(weird) 보일 수도 있다. 영화의 그 괴상한 면 때문에 관객은 뜻밖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아니면 피가 부족하다며 지루함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여하튼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다소 기계적이긴 해도 여러 모티브들을 능숙하게 종합한 신인감독 러키 매키의 각본과 순진함과 광기를 함께 가진 주인공을 잘 소화해낸 안젤라 베티스의 연기일 텐데, 2002년 스페인시체스영화제는 그 둘에게 각각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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