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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그들이 선을 넘은 까닭

미국 밀입국 멕시코인들 다룬 샹탈 애커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저편에서> 개봉

올 칸영화제 초대작들이 잇따라 개봉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샹탈 애커만의 다큐멘터리 <저편에서>가 파리의 1개관에서 개봉됐다. 감독이 애초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동유럽국가를 배경으로 한 93년작 <동쪽에서>와 미국의 남부지역을 배경으로 한 99년작 <남쪽>과 함께 3부작의 종결편에 해당하는 <저편에서>는 가난을 피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멕시코인들의 목숨을 건 투쟁을 담았다.

다큐멘터리에서 채택한 부분적인 상황들에 총체적인 시각을 부여해주는 내레이션이 완전히 배제되었고, 인터뷰 장면에서도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기보다 그냥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기다리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독의 자리가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미 대륙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불법이민을 다루면서 감독이 어정쩡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인들이 ‘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 이유와 미 당국이 ‘저들’의 입국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 사이에서 감독은 약자 편을 든다. 카메라 앞에서 현재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털어놓는 멕시코인들의 표정과 작은 동작에서 관객은 감독이 촬영하면서 촬영 대상에 쏟은 관심과 그들의 장래에 대한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9·11 이후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미국인들을 담은 인터뷰 장면에서 관객은 카메라 뒤의 감독과 인터뷰에 응한 이들간에 해소되지 않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인들이 밀입국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 장면에 압축되어 있다. 국경지대의 감시 카메라에 일렬로 걷는 한 무리의 불법이민후보자들이 잡힌다. 이미 개별성을 상실한 개인은 한개의 흰점으로 축소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곧 움직이는 흰 물체들로 화면에 잡힌다.

<저편에서>란 타이틀처럼 샹탈 애커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는 주제는 경계의 문제인데 감독 자체는 이미 경계 너머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험영화와 극영화, 다큐멘터리를 넘나들 뿐 아니라 영화작업과 미술관에서의 인스털레이션을 병행한다. 이번 <저편에서> 개봉에 맞춰 ‘사막에서의 목소리’란 타이틀로 인스털레이션 작업이 동시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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