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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글레나, 식물이거나 또는 동물이거나, <휴머니스트>의 강성진

유글레나가 뭐지? 생물시간에 배우긴 한 것 같은데…. ‘체내에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하는 식물, 혹은 입이나 수축포를 이용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편모충류 동물.’ 즉 식물과 동물의 중간형 존재인 유글레나는 배우 강성진(30)에게 적합한 명명이었는지 모르겠다. 여장한 친구를 몰라본 채 두근거리는 감정에 빠지는 <>에서의 그는 세심한 식물성을 띠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사회를 향한 불만을 온몸으로 표출하던 딴따라나 <휴머니스트>의 컴플렉스 덩어리 유글레나는 분명 강한 동물성의 상징이다. “신인 때 한 감독님이 ‘너한테는 두 가지 모습이 다 있다. 하지만 악역부터 하면 네가 가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니까. 개구쟁이 같은 모습부터 보여줘라’ 하셨어요. 이후엔 정말 예언처럼 그 말이 맞아들어갔고요.”

중앙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한, 스무살 강성진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하지만 91년 “이런 저런 경험 많이 해보자”는 정말 단순한 의도로 참여한 배우 오디션에 덜컥 합격해버렸다. 그것이 바로 강우석의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 “강수지, 최진영, 허석(김보성)까지 당시 잘 나가던 배우들도 많이 나왔는데…, 쫄딱 망했어요.” 배우로서 첫발을 들인 충무로였지만 강성진의 다음 행로는 엉뚱하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미스터 맘마>의 연출부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투캅스>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고 “사람없다, 성진아 나와라”해서 소매치기 역할로 출연도 했다. <투캅스>가 대박이 터지고 <투캅스2>가 만들어지면서 “야, 1편 연결이다. 또 나와라” 해서 2편에도 이어서 출연했다.

하지만 <투캅스2>에서 그가 맡은 진짜 역할은 제작주임. “프로듀서에 대한 꿈을 꾸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돈관리하는것은 영 체질에 안 맞았다. “A형이거든요.” 매일 정산이 끝나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이라 그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바짝바짝 말라갔다. “<투캅스2>가 LA에서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표를 팔았거든요. 작은 부스 안에 하루종일 혼자 앉아 생각을 하는데, 백번을 생각해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거예요. 춥고 배고파도 배우를 해야겠다, 지금 안 하면 10년 뒤쯤엔 후회하겠다, 그랬죠.” 마침 귀국한 강성진을 <깡패수업>의 김상진 감독이 불러들였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는 “연기자가 되기 전에 내 꿈이 뭐였는지 일부러라도 잊은 채” 살고 있다고 했다. “‘저 나중에는 감독할 거예요’라는 말은 못하겠어요. 왜냐면 지금 이 시간에도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감독이 되기 위해 연출부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분들에 비하면 나 같은 놈이 편하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웃긴 일이죠. 십년, 이십년 뒤에 제가 뭐가 되어 있을지, 배우, 감독, 혹은 제작자가 될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영화’를 하고 있을 거란 거예요.”

지난 2월 <휴머니스트> 촬영을 끝낸 강성진은 유인촌이 운영하는 극단 유씨어터에 오디션을 보았다. “스탭 생활할 때는 외로움을 몰랐거든요. 내가 못해도 누군가 채워주고 안 되면 대신 해줄 수도 있지만 배우는 외로운 직업이에요. 극단에 들어간 이유 중에 배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싶은 욕구랄까? 그런 것도 있을 거예요.” 현재는 5기 연수단원이 되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연수중이라는 그는 “기초적인 호흡부터 발성까지 새로 배우고 있다”며 슬슬 자신감이 붙어가는 자신이 신기하다고 했다. 이제 <휴머니스트>를 뒤로 하고 강성진이 달려갈 곳은 거제도다. <젊은 남자>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고 존경하여 마지않던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우정출연하기 위해서다. “빨치산 단원 중 하나로 흑수선(이미연)의 일기장을 훔치는, 작지만 극의 전환점 구실을 하는 역이에요.”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는 강성진의 얼굴은 어느새 발갛게 홍조를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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