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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멈춘 시대착오적인 코미디,<왓 어 걸 원츠>
심지현 2003-08-19
■ Story

자유분방한 가수 엄마 리비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살아가는 17살의 데프니(아만다바인스)의 마음은 늘 허전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가 영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 생일 때마다 아빠가 찾아와주기를 기도하던 데프니는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철부지 미국 소녀의 좌충우돌 런던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 Review

58년 제작된 샌드라 디, 렉스 해리슨 주연의 <The Reluctant Debutante>를 리메이크한 <왓 어 걸 원츠>는 말괄량이 소녀의 사교계 입문기를 골조로 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웨딩 싱어인 엄마와 함께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할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데프니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결혼식 피로연에 빠지지 않는 전통인 `아버지와 딸의 댄스타임` 에 같이 춤을 춰줄 아빠가 없다는 사실. 그녀의 아버지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 잘 나가는 귀족가문 출신이자 전도 유망한 정치가로, 17년 전 집안의 반대로 아내와 헤어진 이후 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무작정 영국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아버지 앞에 서보지만, 그녀가 건너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아버지가 속해 있는 귀족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데프니는 결국 자신의 모습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길임을 알고 요조숙녀 흉내내기를 그만둔다. 12살에 이미 자신의 쇼인 <The Amanda Show>로 유명해진 아만다 바인스는, 전작 <빅 팻 라이어>에 이어 자신의 발랄한 이미지를 한껏 자랑한다.

<앨리의 사랑 만들기>를 연출한 데니 고든 감독, <유브 갓 메일>의 흥행사 빌 거버, <섹스 & 시티>의 각본을 쓴 바 있는 제니 빅스가 만난 <왓 어 걸 원츠>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대로 `(열일곱살) 소녀가 바라는 (로맨틱함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영국 최상류층 가문의 자제와 보헤미안을 연상시키는 떠돌이 밴드걸의 만남과 이별, 사랑의 결실을 숨긴 채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여인 뒤에 아비없이 혼자 자란 소녀의 소망, 결국 아버지를 찾아 국경을 건너는 소녀의 사정이 내레이션으로 깔리는 첫 장면을 보면, 제작자의 의중이 분명해진다. 반세기 전 소녀들이 꿈꾸던 로맨스가 현재에도 이어지리라는 믿음. 45년 전 히트했던 유쾌한 소동극은 오늘에 이르러 진화를 멈춘 시대착오적인 코미디로 전락했다. 영국의 대저택과 수많은 의상, 값비싼 보석들을 제친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콜린 퍼스의 춤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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