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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리그>의 원작만화 작가 앨런 무어

`숨`을 불어넣어주는 최고의 이야기꾼

<슈퍼특공대>라는 TV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슈퍼맨∼ 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 로빈∼ 정의의 용사, 원더우먼∼ 하늘을 날은다, 아쿠아맨∼ 수중의 왕자’로 시작되는 주제가가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 애니메이션은, 1973년부터 미국에서 방영되었고 국내에서는 8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다. 주제가에서도 알 수 있듯 DC코믹스를 통해 탄생한 인기 슈퍼 영웅들을 한데 모아 그 정반대편에 있는 슈퍼 악당들과 대결하게 하는 내용은, 미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방영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미국의 출판만화가 그다지 인기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와 TV시리즈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던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 등의 캐릭터가 한번에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끝난 <슈퍼특공대>의 실험은 이후로도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돼왔다. 여러 인기 캐릭터를 한꺼번에 등장시킴으로써 주목도를 높이고 관객/시청자/독자의 기반을 높일 수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예는 과 <나이트 메어>의 주인공인 제이슨과 프레디를 주연으로 내세워 지난 8월15일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프레디 Vs. 제이슨>이 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는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또한 같은 경우. 하지만 영화나 TV시리즈에서보다는 출판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그러한 예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추가적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된 영화 <젠틀맨리그>의 원작이 된 동명의 출판만화가 대표적인 예.

원작만화 속의 한 장면

<젠틀맨리그> 원작만화의 작가 앨런 무어.

원작만화의 책 뒷장에 소개된 주요 캐릭터들.

영화에서와 똑같이 <젠틀맨리그>의 원작만화는 유명소설 속의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일종의 ‘슈펴 특공대’를 만든다는 설정을 통해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소설 속의 캐릭터들을 끌어왔다는 측면에서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이 만화를 창조해낸 이는 만화작가 앨런 무어다. 이름만으로는 별다른 이미지가 떠올려지지 않지만, 그는 미국 만화계에서 최고의 스토리를 공급하는 만화작가로 인식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이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82년과 83년에 각각 <Marvelman>과 <V For Vendetta>라는 작품으로 권위있는 브리티시 이글 어워드(British Eagle Awards)의 최고 만화작가 부문상을 연속 수상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가 스토리를 쓴 <Watchman>이라는 SF만화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켜, 88년 SF 소설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을 수상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만화작가로서 휴고상을 수상한 것은 전무한 일이었고, 그뒤 만화작가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명성을 쌓은 앨런 무어는 DC코믹스의 가장 대중적인 만화들인 <슈퍼맨> <배트맨> 등의 시리즈에 스토리를 공급하면서, 이른바 ‘현학적인 서스펜스’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Saga of the Swamp Thing> 등의 작품들도 꾸준히 선보여왔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그의 다양한 작품들이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도그마>의 엔딩 크레딧에서 앨런 무어에게 ‘special thanks to’를 헌사한 케빈 스미스다. 휴즈 형제는 아예 앨런 무어의 작품 <프롬 헬>을 영화화했다. 실존했던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잘 알려진 이야기를 고급스러운 공포물로 완벽히 포장해낸 원작만화의 매력에 빠진 휴즈 형제가 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프롬 헬>과 <젠틀맨리그> 사이에 아주 끈끈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젠틀맨리그>의 프로듀서이자 출판만화광인 돈 머피가, <프롬 헬>의 제작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한창 <프롬 헬>이 제작되고 있던 98년 어느 날, 원작자인 앨런 무어에게 돈 머피는 별다른 생각없이 다음 프로젝트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했다. 무어는 America’s Best Comics라는 독자 브랜드로 만화들을 출간할 예정이며, 그중 하나로 <젠틀맨리그>라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면서 대략의 설정을 머피에게 말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피는 영화로서의 높은 상품성을 직감했고, 즉시 제작사인 폭스로 달려가 판권계약을 종용해 결국 영화의 판권을 사들이게 했다. 그리고 <프롬 헬>을 완성한 뒤, 바로 <젠틀맨리그>의 제작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가 준비되는 과정과 <젠틀맨리그> 원작만화 6권의 출간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래서인지 원작만화와 영화의 내용상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원작만화의 섬세하고 복잡하게 스토리에 연결되었던 각 캐릭터들의 원래 설정이 영화에선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앨런 무어의 팬들은 영화도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젠틀맨리그>의 진정한 재미를 알기 위해서는 출판만화를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미국의 출판만화처럼 <젠틀맨리그>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젠틀맨리그> 공식 홈페이지 : http:// www.lxgmovie.com

<젠틀맨리그> 만화 정보페이지 : http://www.bakerstreetdozen.com/loeg.html

앨런 무어 팬사이트 : http://www.alanmoorefansite.com